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만취한 손님 골목길에 유기해 숨지게 한 술집 직원들 실형
-法 “적절한 조치 취할 계약상의 보호의무 있어”…‘유기치사’ 징역 2년

[헤럴드경제=이유정 기자]술에 만취한 손님을 골목길에 유기해 숨지게 한 20대 술집 직원들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부장 심규홍)는 유기치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흥주점 직원 백모(26)씨와 황모(25)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이를 도와 유기치사를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26)씨에겐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들은 지난 3월 23일 오전 6시 50분께 만취한 손님인 피해자 A(32)씨를 유흥주점 밖 골목길에 유기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새벽 1시 30분께부터 4시께까지 약 2시간 30분 동안 양주 4병을 마시고 잠이 들어 거의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황씨 등은 그를 주점 내실로 옮기거나 인근 여관에 데려다주거나 지인 또는 경찰에 연락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7시 15분께 A씨는 지나가던 행인의 신고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오후 결국 숨졌다. 급성 알콜 중독에 의한 다발성장기손상 등이 원인이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유흥주점의 웨이터로서 주류 등 판매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해 일종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계약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소변을 보고 구토를 하는 등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태에 있다고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피고인들이 유족들과 사이에 합의하거나 용서를 받지 못했다”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대법원은 2011년 만취한 손님을 길에 방치해 숨지게 한 술집 주인에게 유기치사죄를 인정한 바 있다.

대법원 재판부는 “유기죄 대상은 ‘늙거나 어리거나, 질병이 있는 등으로 도움이 필요한 자를 보호할 법률상 또는 계약상 의무가 있는 자’라고 정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상대방의 신체 또는 생명에 대해 주의와 배려를 해야 한다는 부수적 의무도 진다”고 판단했다. 현행법상 유기치사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법 제271조)에 처해진다.

kul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