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①] 환경부 실수(?)로 공장 지으려다 수백억 손해보는 중소기업들
-2011년 이후 유명무실 환경부 고시15조로 공장 설립 잇따라 제동
-환경부 “상수원 보호구역에서 앞서 허가난 곳은 단순 실수일 뿐” 해명
-이천, 광주 등 중소 제조업체, “규제 적용 형평성 없다” 반발 커져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경기도 이천시에서 승강기 부품 등 제조업을 하는 김모 사장은 요즘 화가 나 잠도 잘 못 잔다. 150여명의 직원들이 일할 공장 이전을 추진해 왔으나 환경부의 오락가락 잣대로 계획이 물거품이 될 처지여서다. 김 사장은 기존 공장이 낡고 오래돼 새 공장을 지으려고 2015년께부터 준비했다. 컨설팅 업체의 자문을 얻어  6만㎡ 이하 소규모 산업단지 건설 방식으로 공장을 짓기로 계획했다. 마침 같은 지역에서 허가가 잇따라 나오고 있었다. 김 사장은 2016년 8월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286-1번지 일원에 5만9717㎡규모의 부지를 70억여원 들여 매입했다. 공장 설립 절차는 착착 진행됐다. 이천시는 경기도와 국토교통부 등 합의를 거쳐 2017년 4월 ‘승인 통보’를 보내왔다. 김 사장은 2018년 말 새 공장 준공 시기에 맞춰 바로 입주할 수 있도록 기존 공장도 팔았다. 그런데 지난 7월 중순 환경부로부터 날벼락 같은 통보가 날라 왔다. 해당지역이 상수원 보호 규제를 받는 지역이어서 공장 설립 허가를 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황당했다. 해당지역이 상수원 보호구역에 해당한다는 것은 이미 알았다. 하지만 2011년 이후 똑같은 조건의 지역에서 인허가가 계속 나왔다. 이천에서만 마장면 ‘덕평일반산업단지’, ‘관리일반산업단지’, 신둔면 ‘신둔일반산업단지’, ‘도암일반산업단지’, 모가면 ‘신갈일반산업단지’ 등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갑자기 왜 안 되는지 답답했다.

김 사장은 “행정업무의 지속성을 믿고 땅을 사고 공장 이전 계획을 추진하면서 이미 수십억원을 투자했는데 정부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거냐”며 “문재인 정부 들어 환경정책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인 것 같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기도에서 팔당 상수원 보호지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는 지역. 7개 시ㆍ군(양평, 광주, 여주, 이천, 용인, 남양주, 가평) 2097㎢로 경기도 전체면적의 21%, 서울전체 면적의 3.5배 규모다. [제공=경기도]

요즘 이천, 광주, 여주, 남양주 등 이른바 수도권 팔당 유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2011년 이후 유명무실했던 수도권 상수원 규제 관련 ‘환경부 고시 제2016-150호 제15조’ 때문이다. 일명 ‘팔당ㆍ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정 및 특별종합대책’(특대지역 고시) 규정으로 2011년 이후 적용하지 않았으나 올해 들어 수도권 공장 규제 근거로 적극 사용되고 있다.

이천에서 도립리 일반산업단지, 매곡리 일반산업단지가 국토부로부터 산업단지 지정계획 승인까지 받았으나 환경부로부터 막판에 ‘불가’ 처분이 내려졌다.

광주시에선 곤지암프레시푸드 일반산업단지, 초월읍 학동 일반산업단지, 도척면 한울 일반산업단지, 방도 일반산업단지 등 4개 산업단지에 21개 기업이 공장을 지으려다가 역시 환경부로부터 허용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들 역시 국토부로부터 산업단지 지정계획을 승인받은 곳이다.

국토부 승인 단계까지 가진 않았지만, 사업 초기 단계에 멈춰선 곳은 이보다 더 많다. 공장을 지으려고 ‘사전심사’를 진행하던 곳만 지자체마다 수십곳이나 된다.

광주시 관계자는 “국토부로부터 특대지역에서 산업단지 건립 계획을 승인받은 업체들이 투자를 했거나 투자 계획을 세운 금액만 모두 440억원 정도”라며 “'사전심사' 를 진행하던 10여개 업체 등 사업 초기 업체들까지 고려하면 훨씬 많은 투자계획이 수포로 돌아간 셈”이라고 설명했다.

관내 난립한 공장을 계획화, 집적화 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던 수도권 지자체 계획도 중단됐다. 여주시 관계자는 “관내에 낙후된 지역에 난립해 있는 공장을 한곳에 모아 계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시 차원에서 북여주 IC(나들목) 주변에 산업단지 개발을 추진했는데 못하게 됐다”며 “지금보다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물관리 특위는 지난 8월16일 남양주시 조안면 119안전센터에서 상수원 보호지역 주민들로부터 상수원 관리규칙 개정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상수원 보호구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던 기업들과 지자체는 상수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인식에는 모두 공감한다. 다만 소규모 산업단지 형식으로 공장을 집적하면 오염물질 배출도 더 적고, 더 친환경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자기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며 “형평성이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예컨대 환경부는 지난해에도 충청북도 옥천군 서대리 일대 35만1661㎡ 규모에 옥천 제2의료기기 산업단지 건설을 최종 허가했다. 그런데 이 지역도 특대지역 고시가 적용되는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이다.

이천시 관계자는 “행정의 일관성을 믿고 사업을 준비한 지역 중소기업이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장설립을 추진하던 지역 중소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는데 정작 환경부 설명은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은 달라진 게 없는데 최근 몇년간 인허가가 난건 단순 실수에 불과하다’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이천시 등 상수원 보전지역에서 산업단지 공장 허가가 난 건 맞는데, 단순한 실수”라며 “수도권 2500만 시민이 마실 물 문제이기 때문에 올해부터라도 다시 제대로 적용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이런 반응에 규제 대상 지역 중소기업들은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그럼 정부 실수를 정상적인 업무 방향이라고 알고 대응해 온 우리 피해는 누가 보상해 주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천시에서 소규모 산업단지 개발사업을 추진중인 김모 대표는 “제멋대로 법적용으로 우리가 피해를 보는게 분명하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공장설립을 추진하면서 받은 은행 대출때문에 하루하루 피해 규모만 계속 커지고 있다”고 울먹였다.

jumpcut@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