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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락가락 상수원보호구역 규제②] 똑같은 법령 놓고 기관마다 다른 해석…기업만 피해
-‘환경부 고시 15조’ 해석 놓고, 환경부, 지자체 이견
-법제처에 법령해석 결과 10월 초께 나올 듯
-환경부, 무조건 ‘금지’ 입장에서 긍정적 ‘개정’ 검토중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환경부가 올들어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에 잇따라 소규모 일반산업단지 개발 불가 판정을 내리는 근거는 수도권 상수원 규제 관련 ‘환경부 고시 제2016-150호 제15조’다. 일명 ‘팔당ㆍ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정 및 특별종합대책’(특대지역 고시) 규정으로 2011년 이후 유명무실 했으나 올해 들어 수도권 공장 규제 근거로 적극 사용되고 있다.

고시 내용은 용어가 다소 복잡하지만 간단하다. ‘자연보전지역, 농림지역 및 관리지역 중 보전ㆍ생산관리지역을 도시지역 중 공업지역으로의 변경은 제한하고, 관광ㆍ휴양개발진흥지구로의 변경은 선별 허용 한다’는 게 전부다.

정부는 국민의 삶의 가치 등을 고려해 보전할 가치가 있는 지역은 자연보전지역이나 농림지역 등으로 정해 개발을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지역 중에도 주변 환경에 덜 해롭고, 친환경적인 관리가 가능한 곳을 조건을 달아 선별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중 팔당ㆍ대청호 상수원 지역을 특대 지역으로 지정해 이곳에 공장 설립은 ‘제한’하고, 관광ㆍ휴양개발 시설은 지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게 고시의 핵심이다.

간단한 고시지만 적용범위는 상당히 넓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팔당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2096.53㎢)과 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700.1㎢)을 합하면 모두 2796.63㎢나 되는 범위가 적용 대상이다. 행정구역상 광주ㆍ남양주ㆍ이천ㆍ용인ㆍ여주ㆍ가평ㆍ양평 등 경기 동부지역 7개 시ㆍ군에 걸쳐 있다.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원으로 쓰이는 팔당 상수원 주변 규제가 형평성에 어긋나고, 상위법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르고 있다. 경기도수자원본부가 ‘팔당상수원 환경정비’ 방안으로 수변 쓰레기와 고사된 수초 등을 제거하고 있다. [제공=경기도]

▶특대지역 고시 올해 다시 부활한 이유는?=논란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선 환경부가 최근 몇 년간 적용하지 않던 ‘특대지역 고시’를 왜 올해 다시 적용하는 지다. 그렇지 않아도 상위법인 시행령과 충돌하는 등으로 사문화되다시피 했던 것을 왜 되살렸냐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각종 추측이 난무한다. ‘담당 공무원이 바뀐 게 원인’이라는 해석부터 ‘친환경적 정책을 선호하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환경부가 알아서 기는 것’이란 말까지 나돈다.

환경부 물환경정책국 관계자는 “2011년 이후 특대지역 고시 적용을 느슨하게 해 전체적으로 8곳의 산업단지 인허가가 난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 지역은 이미 공장이 들어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취소하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더 이상 잘못 적용하는 곳은 없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공장 설립을 추진해온 중소기업들이 일부 피해를 입는 것도 알고 있다”며 “다만 몇몇 곳을 허용해 주면 ‘특혜’ 시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논란은 과연 특대지역 고시로 해당 지역 공장설립을 규제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특대고시는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13조에 따라붙는 ‘고시’ 규정이다. 상위법인 시행령 13조 규정으로는 규제 대상이 아닌 데 하위법인 ‘고시’로 규제할 수 있는지가 논란의 핵심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13조는 세 가지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만 공장 설립을 제한한다고 돼 있다. △환경기준을 초과해 주민의 건강, 재산이나 생물의 생육에 중대한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자연 생태계가 심하게 파손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토양이나 수역이 특정 유해물질에 의해 심하게 오염된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도권 상수원 지역에서 공장 설립이 중단된 대부분 공장들은 이 세 가지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말하자면 제조 과정에서 환경기준을 초과한 유해물질이 배출되지 않는 업종들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시행령 13조에 해당하지 않는 공장을 하위법인 ‘고시’로 규제하고 있다. 

팔당 상수원 보호구역을 표시하는 푯말.

▶법제처 법령해석 두달 소요…9월말~10월초 결론= 이 문제는 현재 법제처에서 법령해석을 하고 있다. 지자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환경부가 지난달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환경정책기본법 시행령 13조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하위법인 고시로 규제하는 게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해 판정을 해 달라는 것이다.

이천시도 똑같은 특대지역 고시에 대해 조금 다른 차원의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요청했다. 특대지역 고시에 적시된 ‘제한’의 개념에 대한 것이다. 이천시는 특대고시 중 ‘제한’의 의미를 환경부가 과도하게 해석하고 있다고 본다. 이천시 입장은 ‘제한’은 무조건 안되는 ‘금지’와 다르다.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그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이 제한이다. 특정한 조건 한도 안에서는 허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환경부가 특대지역 고시를 적용한다고 해도 시행령에서 규정한 조건에 부합한다면 허용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제한’을 ‘금지’와 같은 것이라고 해석해 이미 지자체에 입장을 전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우리도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았는데 맥락을 고려하면 특대지역 고시에서 제한은 ‘금지’로 해석해야 맞다”고 말했다.

법제처는 환경부와 이천시가 요청한 법령해석이 기본적으로 두 달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모두 8월 초 요청했기 때문에 빨라도 10월 초 법령해석 결과를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의 법령해석과 별도로 환경부도 조금씩 입장 변화의 분위기도 보인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들의 반말이 심해지자 환경부는 지난달 24일 이 고시로 어려움을 겪는 수도권 7대 시군 주민 모임인 특별대책지역수질보전정책협의회(특수협)와 협의체를 구성해 규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특수협 회의에 참석한 광주시 관계자는 “환경부가 상수원 보호구역 주변 사업을 무작정 ‘금지’하는 태도에서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듯하다”며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 중 불합리한 게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듣고 두 달 안에 입장을 주겠다고 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환경부도 특대지역 고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는데 대해 부인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특정한 시한을 정해놓고 협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자체 중소기업과 주민들의 요구가 크기 때문에 (개선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방향에서 규제 개선책을 검토하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 공장 설립 불허가 난 곳도 이 규제 개선책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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