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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재건 뿐…장기적 기후대책 전무한 美 정부
-트럼프, 최근 도로ㆍ교량 건설 간소화 행정명령 서명
-전임 오바마 주요 환경규제는 폐지 전망, 홍수방지 요건도 무력화
-美 환경 교수 “폐암치료 환자에 담배 주는 격” 일갈
-미 언론 “기후변화 무시 어리석음 인정하고 노선 변경해야”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미국 정부가 허리케인 ‘하비’ 치명타에도 장기적인 기후대책 없이 기계적 재건에만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30일(현지시간) AP통신이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도로와 교량 등 건설과 관련한 규제를 철폐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가 2015년 홍수를 계기로 도입한 주요 환경 규제는 대거 폐지될 전망이다. 당시 오바마 정부는 병원과 교량은 홍수시 수위 기준보다 각각 2피트(60㎝)ㆍ3피트(91㎝)씩 높게 건설하는 등 신규 인프라에 대해 홍수 방지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 시절 기후 대비와 회복을 위해 조직한 부처 간 협의회인 2개 자문단도 해산했다. 

[사진제공=AP]

트럼프는 오바마 환경규제 폐기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백악관은 AP통신에 “과거 오바마 환경규제는 경제에 대한 잠재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고 설계자가 전문적인 판단을 하거나 특정상황을 적용하는 데 있어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최근 연설에서 황폐화 된 텍사스주 시설물 재건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며 매우 능률적인 프로세스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콜롬비아대 환경 및 기후변화법 교수인 마이클 제라드는 “미래의 홍수 사태를 무시하면서 재건하는 것은, 폐암치료를 받고나온 누군가에게 담배 한갑을 주는 것과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참사 후 다시 지으면 그만일 뿐인 그런 일에 누구도 다시는 참여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연방 고속도로 관리위원회 집행이사로 재직했던 버드 라이트는 과거 사우스다코타주 도로 재건 당시 같은 기준으로 재건축을 반복적으로 해야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우리가 그 일(도로 재건)을 반복적으로 했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다”고 털어놨다. 
‘휴스턴에도 나타난 인간 띠.’ 영국 BBC는 30일(현지시간) 허리케인 ‘하비’로 물바다가 된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시민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물 속 자동차에 갇힌 노인을 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BBC영상]

다른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근시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해수면이 1년에 8인치 정도 상승하고 있으며, 미국 해안지역에서 홍수가 50년 전보다 300~900%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트럼프 정부는 국립기상청(NWS) 6%, 국립해양대기청(NOAA) 16% 예산 삭감을 제안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폭풍 예고능력을 약화시키고, 인프라를 홍수에 잠기게 만들고, 지역사회 재건을 돕기위한 연방정부의 원조를 줄일 것”이라고 매체는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도 이날 “아이러니하게도 2주 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환경규제를 폐지해 새로운 인프라 프로젝트를 설계했다”며 “하비의 끔찍한 영향은 기후 변화를 무시하는 어리석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가짜 과학’에 입문했음을 인정하고 노선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위세가 약해지는 듯 했던 하비는 이날 루이지애나 주로 방향을 바꿔 재상륙하면서 24명의 추가 사망자를 냈다. 이로써 사망자는 공식 확인된 통계를 포함해 모두 35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텍사스 주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주 전역의 구호소에 3만2000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수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3분의 1이 물에 잠긴 휴스턴 지역에선 여전히 구조를 기다리는 시민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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