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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드라인 넘는 北…한반도 긴장 새국면] 北, 태평양 추가도발 공언…당국 허술한 위기대응 도마에
-도발 무대 확대…美·日 강경 대응 불가피
-김정은 도발수위 높여 ICBM급 쏠 가능성
-日도 러도 미사일 발사 5분만에 대피공지
-우리국민 경보시스템 있는지 조차도 몰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29일 발사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에 이어 태평양을 향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 감행할 것을 사실상 예고했다.

30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화성-12형 발사를 ‘현지 지도’한 자리에서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 걸음이고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면서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 홈페이지가 발사현장사진을 게재했다. [연합뉴스]

이번 김정은 발언은 앞으로 IRBM급 이상의 미사일을 이번 화성-12형 발사처럼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쏴 태평양에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이는 향후 군사적 도발의 무대를 한반도와 주변 지역에서 일본뿐 아니라 괌을 포함한 태평양으로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실제 유사 도발이 이뤄질 겨우미국과 일본의 강경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날로 높아지고, 한반도 긴장이 재차 고조될 것으로 우려되면서 우리 당국의 허술한 위기대응 시스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일본 관ㆍ민이 ‘J-얼럿’(전국순간경보시스템)과 ‘엠넷’(긴급정보네트워크시스템)을 토대로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위기대응시스템이 지나치게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쟁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조성은 문제지만, 예고없이 터지는 전쟁에 대비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 경고나 가까운 대피소 안내 문자 발송 등 국민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름철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폭염 등 재난경보 보다 북한 도발경보의 중요성이 덜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 소식통은 30일 “한미일 정보체계를 통해 미사일이 일본 상공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즉시 ‘J-얼럿’과 ‘엠넷’을 발령했다”며 “한국은 미사일이 상공을 지나지 않아 발령하지 않은 것일 수 있겠지만 북한과 분단선을 접하고 있으면서 국민을 대상으로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는 건 조금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5년 대북확성기를 둘러싼 남북간 포격전이 발생했을 때 연천ㆍ파주ㆍ김포ㆍ강화 등 지역주민에게는 대피령이 내려졌지만, 인구밀집지역인 ‘서울’에는 사이렌 하나 울리지 않았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장 북한이 국지적 도발을 벌인다면 그 대상이 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자신의 안전이 중요한 국민들과 한국인 거주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지 알 수 있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오전 5시 57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이 발사된 지 2분 내에 발사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관련 정보는 오전 6시 6분경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북한이 평양시 순안일대에서 동해방향으로 불상발사체를 발사했음’이란 내용의 문자가 공지되고 나서야 알려질 수 있었다.

합참의 두 번째 문자는 화성-12형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 바다에 떨어진 지 8분이 지난 6시 20분이 돼서야 송신됐다. 이 때문에 ‘NHK보다 합참발표가 8분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합참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우리도 미사일이 상공을 지나가면 MCRC(중앙방공관제센터)를 통해 경보가 이뤄진다”며 주장했다.

하지만 대피경보를 내린 것은 일본뿐만이 아니었다. 러시아 현지매체에 따르면 러시아 민방위 당국은 북한의 미사일발사 정황을 포착하고 블라디보스톡 주변의 거주민 1500에게 대피경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당국은 이들에게 “만일에 사태에 대비에 대피하라”고 공지했다고 현지매체는 전했다. 북한의 미사일은 홋카이도 상공을 지났지만 러시아의 상공을 통과하지는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 위기대응시스템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우리 경보시스템이 부족한 점에 대해서는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제임스 김 연구위원은 “그 경보시스템이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재난에 관한 정보공유체계가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대응하고 정보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 상공을 지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국민들은 한 박자 늦게라도 북한의 도발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이런 정보들은 언젠가 알려지게 될 정보이기 때문에 차라리 투명하게 공개해 대비체계를 갖추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일본은 전날 미사일 발사 ‘5분’후인 오전 6시 2분 북한이 발사한 화성-12형이 발사됐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일본 홋카이도와 동북 지역 12현 전역에 J-얼럿과 엠넷을 발령했다. 이 지역 모든 주민 휴대폰으로 경보음과 함께 대피경보 문자가 일제히 발신됐고, 행정 단위별로 사이렌이 울렸다. 재난 주관 방송 NHK도 이 소식을 전국에 즉각 알리기 시작했다.

일본 정부가 J-얼럿을 구축한 것은 2004년이지만,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경보체계가 갖춰진 건 올해부터다. 일본 소식통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이 엄중해지면서 경보 발령 대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올해부터 일본 정부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경보도 위기단계별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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