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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란법 시행 1년…‘원활한 직무수행’이 가장 모호
-권익위 용역보고서 “사회 인식과 입법취지 간 충돌”
-주고받는 이들 간 관계ㆍ상황 따라 허용여부 달라져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금지에관한법률’(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앞두고 법 조항 중 공직자 등에게 음식물이나 금품을 제공할 수 있는 조건인 ‘원활한 직무수행’의 범위가 법리적으로 가장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관 업무를 하거나 언론 홍보 활동을 하는 기업 홍보팀 등에서는 “기업의 현황이나 향후 진행될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맡은 공직자나 기자들을 만나 식사 대접을 하거나 간담회 등에서 소정의 기념품을 제공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청탁금지법 시행 1년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경제적 효과에 대해 대국민 보고를 하라는 지시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가 의뢰하고 경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해 최근 내놓은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 해석 기준 마련 등 연구’ 보고서 역시 이같은 경우 이 법 제 8조 제 3항 2호에서 허용하는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금품 수수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는’원활함’ 개념의 모호함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기 때문. 기존에 사회적 관행이나 관습에서는 경조사비나 식사 대접을 ‘미덕‘이라는 이름으로 허용해 왔지만 청탁금지법에서 부패 방지 등을 위해 금품 제공의 목적을 제한하면서 괴리가 생긴다. 또한 그 기준을 명시적으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개별 사안마다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

경조사비의 경우 큰 문제는 없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경조사비가 오갈 경우가 일회적, 우연적일 뿐 아니라 사회 미풍양속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어 논란의 여지는 적기 때문이다. 문제는 식사와 선물이다.

보고서는 “입법 취지를 감안하면 예외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업무에 관련된 협의가 길어져 식사를 같이 하면서 논의를 지속할 경우도 있고 서로의 일정이 달라 식사 시간을 활용해 의견을 나누는 것이 합리적인 경우가 있을 경우엔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한 경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물의 경우 주고 받는 이들이 특별한 친분 관계가 있어 사회상규로 인정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이라고 인정받기 어렵다는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실제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단을 보면 식사 3만원 ㆍ선물 5만원ㆍ경조사비 10만원의 가액 이내라도 금품을 제공한 사람과 공직자 간의 관계에 따라 허용 여부가 달라짐을 알 수 있다.

폭행 혐의로 체포된 사람이 담당 경찰관이 친절히 대해준데 대해 감사의 의미로 현금 1만원을 주려고 할 경우 두 사람이 직무 관련성이 있는데다 사건을 통해서야 비로소 알게 된 사이이므로 5만원 이하의 선물이라고 해도 ’원활한 직무수행‘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게 법원의 판단이다.

한편, 새학기를 앞두고 출판사나 서점에서 참고서나 문제집 등의 책을 교사에게 제공하는 것은 묵시적으로 교재로 채택해 주길 권유하는 청탁이 결부되는 경우여서 ’원활한 직무수행‘ 목적을 벗어나지만 비매품인 교사용 지도서를 불특정 다수의 교사에게 제공하는 경우에는 허용된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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