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릴리안 제품 논란에 불안감 확산생리컵·면 생리대 구매여성 급증
식약처 “전수조사 계획은 없어”

#1. 3년차 직장인 김모(29) 씨는 지난 주말 릴리안 생리대 뉴스를 접하자마자 생리컵을 주문했다. 생리컵이 아직 국내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탓에 직구 사이트를 이용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김 씨는 “생리컵이 불편하다거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후기를 봤지만 릴리안 부작용 논란을 보니 도저히 생리대를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아 구매하게 됐다”고 말했다.

#2. 7년차 직장인 최지수(33) 씨는 릴리안 생리대 뉴스를 보고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른 생리대를 쓸 때도 생리 주기와 혈량이 급속히 줄어드는 등 릴리안 사용자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최 씨는 “릴리안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불안하다”며 “생리대 쓰는 것 자체가 꺼려지는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식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부작용 논란이 일고 있는 깨끗한나라의 생리대 릴리안에 대해 품질검사에 착수한 가운데 여성들 사이에서 일회용 생리대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생리컵이나 면생리대 등 대안용품을 찾는 등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릴리안을 사용한 이후부터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등 부작용에 관한 글이 쇄도했다.

특히 지난 3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 “생리대 11개 제품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는데, ‘릴리안 생리대’와 ‘릴리안 팬티라이너’의 총휘발성유기화합물 수치가 가장 높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들의 불안감이 더 확산됐다. TVOC는 본래 접착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발암 독성이 있는 스티렌, 벤젠 등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생리컵이나 면생리대 등 대안 생리용품의 사용 후기에 대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믿을 만한 것이 없다. 이번 기회에 면생리대나 생리컵으로 바꿔야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대안 생리용품의 사용 후기를 물어보거나 “생리대보다 아기 기저귀 ‘크린XX’를 쓰는 것이 훨씬 낫다”며 생리대 대신 아기 기저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여성들도 생겨나고 있다.

깨끗한나라 측은 “릴리안은 식약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전 성분을 공개하고, 중금속과 환경호르몬, 유해물질 등 28종에 대한 안전성 검증 의뢰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성들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식약처의 품질검사는 매년 유통 중인 제품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이뤄지는데, 릴리안은 이미 2015, 2016년 검사에도 포함된 바 있다. 게다가 생리대에 대한 규제 항목은 포름알데하이드, 형광물질, 산ㆍ알칼리 등에 한정돼 있어 문제가 되는 TVOC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시민단체들은 부작용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을 포함해 일회용 생리대의 전반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환경연합 측은 “(깨끗한나라 측이) 공개한 성분은 사용된 원료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실제 일회용 생리대 속 유해물질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지 못하며, 여성들이 호소하는 불안감이나 고통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식약처가 일회용 생리대 속 성분에 대한 전면적인 위해성 검토와 건강 영향을 조사하고 관리방안을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는 시중 유통 중인 모든 생리대 제품에 대한 전수조사도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ren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