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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절벽에 선 취준생…“해외이민까지 생각했다” 54%
스트레스-미래에 대한 불안감등 이유
10명 중 9명 “현재의 삶이 피곤하다”

희망연봉은 평균 3004만5000원
“취직 위해 月30만~50만원 지출” 21%

‘아프니까 청년이다’는 말은 이제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철지난 유행어가 돼버렸다. 중ㆍ장년, 노년층까지 어느 세대 하나 아프지 않은 세대가 없는 그런 시대가 된 까닭이다. 차라리 ‘청년이라 더 아프다’는 말이 공감받는 세태다.

상위 1%인 ‘금수저’가 아니고선 미래를 향한 꿈을 펼쳐야 청년시절을 취업준비와 학자금 대출, 생활비를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에 찌들어 살아야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다.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했거나, 아직 학교라는 울타리에 머물러있는 청년들은 그나마 서 있을 분명한 자리가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취업준비생’ 청년들은 사회인의 경계에 발을 내딛기 위해 밑빠진 독에 불붓듯 하루하루 자신의 젊음을 소진하고 있다. 


통계청의 7월 고용동향을 보면 실업자 수는 96만3000명으로 올들어 처음으로 10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실업률 자체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고, 청년실업률은 전년대비 0.1%포인트 증가한 9.3%를 기록했다.

특히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이 증가하면서 청년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은 지난해에 비해 1.0%포인트 늘어난 22.6%에 달했다. 청년실업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현실을 헤쳐가야하는 청년 취준생들의 삶은 고단할 수 밖에 없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과 청년희망재단이 공동으로 개최한 ‘청년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정책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는 고용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넘어 청년 세태 전반의 문제를 세밀히 진단했다. 특히 청년들의 주거, 복지, 건강 등 삶 전반에 관한 의미있는 조사가 이뤄졌다.

취업청년, 취업준비청년, 청년대학생 등 3개 그룹으로 나뉘어 이뤄진 실태조사 중 취업준비청년의 모습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취준생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100점 만점에서 46점이라고 스스로 매겼다. 과거의 만족도 52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점수다. 하지만 이들은 미래에 대한 점수는 56점으로 답하며 희망까지 버리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취준생 10명 중 8명이 넘는 82.6%는 현재 ‘삶이 피로하다’고 답했다. 삶이 피로한 이유는 ‘스트레스’가 79%(복수응답)로 가장 많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 77.6%, 불규칙한 생활 34.6%, 스펙관리 26.6%, 인간관계 유지 22.4% 등이 이들의 삶을 피로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고단한 삶을 사느니 차라리 한국을 떠나겠다는 ‘헬조선 탈출’을 생각하는 취준생들도 많았다. 취준생의 절반이 넘는 54%가 해외이민을 고려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여성(59.3%)이 남성(42.6%)보다 높은 응답률을 보이며 불확실한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취준생들에 결혼은 먼나라 이야기나 다름없어 보였다. 향후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응답이 51%로 절반을 넘었다. 그나마 결혼을 생각하는 이들도 자녀계획이 없다는 답이 10명 중 6명에 육박했다. 청년취업이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 가속으로 이어지는 국가적 과제의 근본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취준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으로 이른바 ‘철밥통’이라 불리는 공공기관(37.9%)과 공무원(23.2%)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오정, 오륙도 등 ‘평생직장’의 개념이 희박해진 현실에서 직업의 안정성이 최우선 고려요소로 자리잡은 것이다. 대기업이 15.1%로 중소기업의 17.9%에 비해 낮은 점도 눈에 띄었다. 바늘귀 모냥 좁은 대기업의 취업문을 고려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취업 후 희망연봉은 평균 3004만5000원으로 조사됐다. 남성(3172만3000원)이 여성(2928만2000원)으로 244만원 가량 높았다. 흥미로운 것은 수도권 소재 학교 졸업생의 희망연봉(3118만원)이 비수도권 학교 졸업생(2852만4000원)에 비해 265만4000원 높게 나온 점이다.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를 위해 지출하는 비용은 월 10만원 미만이 3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만원~30만원 미만이 33.1%, 30만원~50만원 미만 20.8%, 50만원~100만원 미만도 7.5%나 됐다.

취업을 준비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다름아닌 ‘돈’이었다. 자격증, 어학, 자기계발 등 취업준비에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취업준비를 위한 비용 마련이 26.6%로 가장 많은 응답을 보였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취업시험 합격의 어려움이 21.4%로 뒤를 이었고, 주변의 기대로 인한 심리적 압박도 20.2%로 취준생들의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재훈 기자/igiz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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