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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동·신도림이 일본식 명칭?
일제강점기 ‘創地개명’ 잔재 여전

1945년 8월15일 이 나라가 일본의 마수(魔手)에서 해방된지 어느덧 72년이 지나갔다. 그러나 35년간 이 나라를 병들게했던 일본의 잔재는 아직도 여기 저기 남아있다. 일본식 지명도 그중 하나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민족 말살을 위해 ‘창씨(創氏) 개명’에 이어 이른바 ‘창지(創地) 개명’도 단행했다. 행정개혁 명목으로 우리 땅의 이름을 입맛대로 바꾸기 시작했다.

한국땅이름학회에 따르면 지금도 서울 지명 30% 가량에는 일본식 잔재가 남아있다.

인사동 거리 모습.

일본은 당시 두 동(洞)을 합하면서 각각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와 다시 만드는 방식을 애용했다. 대표적인 예가 종로구 인사(仁寺)동이다. 국내ㆍ외 관광객의 필수 방문지인 인사동은 조선시대 당시 이곳에 있던 ‘관인방’과 기존 동 이름인 ‘사동’에서 글자 하나씩을 따 일본이 붙인 이름이라고 알려졌다.

주변 환경에 따라 일본이 즉흥적으로 붙인 동 이름도 있다. 영등포구 도림(道林)동과 구로구 신도림(新道林)동은 일대 야산이 마을을 성처럼 둘러싸고 있다고 해 일본이 ‘도야미리(陶也味里)’라는 이름을 붙인 데서 시간이 흘러 발음하기 쉬운 ‘도림’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종로구 관수(觀水)동은 원래 넓은 다리라는 뜻의 ‘너더리’라고 불렸다. 청계천의 흐름을 보는 곳이라는 ‘관수’라는 이름을 붙일 때 일본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당초 ‘잣골’이라 불린 종로구 동숭(東崇)동 또한 일본이 행정 편의를 위해 숭교방(조선시대 행정구역) 동쪽이란 의미로 ‘동숭’이라 개명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이런 이름들을 바꾸려는 노력도 했다. 일부는 명칭을 바로 잡는 등의 성과도 냈다.

인왕산이 그 사례다. 기존 인왕산(仁王山) 가운데 ‘왕(王)’자를 일본이 조선 왕을 누른다는 의미에서 일본이 ‘일(日)’자를 붙여 인왕산(仁旺山)이라 교묘하게 바꿨으나 광복 이후 제자리를 찾았다.

한강 가운데 있어 일본이 중지(中之)도라 이름붙인 섬은 현재 노들섬이 됐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식 명칭을 순화하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의미 상관없이 사용 기간이 늘수록 단어 또한 생명력이 강해져서다.

백영서 연세대 사학과 교수는 “상당수의 일본식 지명은 일상에 자리잡은 상태”라며 “더 늦은 상황에서 순화작업을 하게 되면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식 지명 부근에 사는) 주민이 협의체를 결성, 자발적으로 순화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원율 기자/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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