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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인건비 月 50% 지원…청년 대신‘노인 알바’ 쓰는 편의점
내년 최저임금 인상, 그 후…
경험 풍부하고 성실…만족도 높아


“젊은 친구가 일을 빨리 배우긴 해도, 인건비를 한푼이라도 줄이려면 정부에서 인건비 지원받는 어르신을 쓰는 게 낫죠.”

서울 종로의 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54) 씨는 편의점 본사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나이가 63세인 한 어르신을 소개 받았다. 만 60세 이상의 시니어 인턴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면 정부 기관에서 한 달 월급의 50%를 지원해준다 데 솔깃했다. 내년부터 최저 시급이 7530원으로 15.4% 오른다는 소식에 인건비를 고민하던 김 씨에겐 ‘가뭄의 단비’였다. 그는 “온가족이 나와서 일해야 하는 판국에 월급의 절반을 지원해준다는 게 어디냐”고 말했다.

대폭 오른 최저시급이 정부의 시니어 고용 지원 정책과 맞물리면서 2030세대의 주된 아르바이트 무대였던 편의점 매장에 60세 이상 노년층이 진입이 시작됐다.

편의점 알바생 판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업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시니어 인턴십’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시행된 시니어 인턴십은 60세 이상의 노인을 인턴으로 고용할 경우 1인당 월 급여의 최대 45만원을 3개월 동안 지원하고 인턴 종료 후에도 6개월 이상 계속 고용계약을 체결할 때 최대 3개월간 월급여의 50%를 추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령화로 퇴직 후 일자리를 찾는 노인들을 시니어인턴십을 통해 고용한 기업은 2011년 1195개에서 작년 기준 2212개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참여인원도 2011년 3643명에서 2016년 6730명으로 빠르게 증가해왔다.

시니어인턴십에 참여하는 GSㆍCU 편의점은 작년 44곳에서 올해 8월 기준으로 56곳으로 12곳이 늘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종로ㆍ목동, 경기도 일산 등에서 만난 편의점 점주들은 시니어 인턴십을 내년 인상될 최저시급에 대비하는 ‘든든한 방패’로 생각하고 있었다.

서울 종각역 근처에서 12년간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정모(62 )씨는 “그런 제도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안다면 인건비 보조금을 받기 위해 노인을 고용할 업주들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편의점 주인은 “젊은이나 노인이나 능력이 비슷하다면 한달에 몇십만원이라도 아낄 수 있는 노인 알바를 쓰는 게 당연한 것”고 말했다.

노인 아르바이트 생의 매력은 비단 임금만은 아니다. 서울 목동의 한 편의점에서 만난 유모(49ㆍ여) 씨는 “막상 노인들을 고용해 보니 청년들보다도 성실하고 책임감있게 일을 잘해줬다”며 만족해했다.

노인들 사이에서도 편의점은 매력적인 아르바이트 장소다. 시니어 인턴으로 편의점에 취직한 변 모(65) 씨는 “경비원보다 돈은 적게 벌어도 쾌적하고 업무강도가 낮은 편의점에서 일하려는 노인들이 많다”며 “최저임금이 상승되면 월급도 늘어나니 편의점을 찾는 노인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희정 서울시어르신취업훈련센터 팀장은 “시니어인턴십을 활용하는 기업은 임금 부담이 적어 기존의 경비원, 미화원 등 기존의 단순노무직에 한정됐던 고령층 고용이 편의점 직원, 미술관 도슨트 등 새로운 직종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세희 기자/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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