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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아야”…분노한 인도 여성들 ‘신데렐라’ 시위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최근 인도 여성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계정에 ‘한밤중 외출’ 사진을 속속 공유하고 있다. 이는 한 정치인이 “너무 늦은 밤에 돌아다니지 말라”고 한 것에 대한 항의의 뜻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인도 하리야나 주에 거주하는 쿤두라는 이름의 여성은 지난 5일 뉴델리에서 운전해 집으로 돌아오던 중 두 남성으로부터 납치당할 뻔 했다. 쿤두가 올린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당시 두 명의 남성이 탄 차량이 몇 킬로미터 가량 뒤쫓아왔다. 그들은 쿤두의 차를 멈춰세운 뒤 창문을 두드리며 문을 열려고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쿤두는 “그들은 한밤중에 혼자 있는 소녀를 괴롭히는 걸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며 “어딘가에서 강간당하거나 살해당한게 아니라 다행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용의자 중 한 명은 집권당인 인도인민당(BJP) 출신 저명한 정치가의 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와 친구는 경찰에 체포됐으나 곧 보석으로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알려지자 같은 당 소속의 주 부총리 람비어 바티는 지역 방송국과 인터뷰에서 “그 소녀는 12시가 넘은 시각에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왜 밤늦은 시각에 운전을 하고 나간 건가. 그건 옳지 않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부모들은 자식들을 돌봐야 한다. 밤에 돌아다니는 걸 허락해선 안된다”고도 덧붙였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이 전파를 타자 소셜미디어가 후끈 달아올랐다.

인도 여성들은 ‘AintNoCinderella’(신데렐라가 아니다) 해시태그(#)와 함께 자정 넘어 외출한 사진을 공유하고 나섰다.

이들은 “밖에 나갈 시간이다!”, “지금은 자정이고 난 밖에 있어”, “나는 낮이든 밤이든 내가 원하는대로 할 것이다. 당신이 날 막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지 말라”는 등의 글을 남기며 바티의 발언을 조롱했다.

제1야당 국민회의당(INC) 수석 대변인 샤르미스타 무케리제도 자신의 트위터에 어둠 속 자신의 사진을 올린 뒤 “내가 자정에 나간다고 해서 그것이 강간당하고 폭행당하고 쫓기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니다. 내 존엄성은 24시간 나의 권리다”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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