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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 집 앞 공원이 무서워요”
-서울 전체 공원 4곳 가운데 1곳은 안전 ‘보통 이하’
-어린이공원도 다를 바 없어…27.21%는 주의 필요
-예전보다 나아졌지만 자치구별 상황은 천차만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지난 6일 오후 8시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 가까이 갈수록 땀 냄새와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섞인 악취가 풍겨왔다. 벤치와 미끄럼틀 아래 등 앉을만한 공간마다 술병이 뒹굴었다. 그늘막 아래에선 노숙인 무리가 소리를 지르면서 말다툼을 벌였다. 근처 3년을 살았다는 주민 이수민(34ㆍ여) 씨는 “매년 달라질 것 없이 반복되는 풍경”이라며 “무슨 일이 생길까 싶어 아이에겐 절대 이 근처로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시민 쉼터가 되어야 할 서울 공원 4곳 중 1곳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에서 노숙인 두 명이 잠들어 있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전년 12월 기준으로 공원법에 따라 조성돼 있는 시내 공원은 모두 2136개소다. 시와 경찰청은 같은 해 10~12월 약 2개월간 공원 안전검사에 나서보니 이 가운데 557곳의 안전 등급이 ‘보통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이 중에는 ‘옐로’(YELLOW) 등급이 539곳(25.23%), ‘레드’(RED) 등급이 18곳(0.84%)으로 확인됐다.

옐로 등급은 조사원이 공원 일대 ▷불안요인 ▷주민여론 ▷개인의견을 부문별로 계량화(1점 안전, 2점 보통, 3점 위험)해 한 부문 이상에서 2점이 나올 때 매겨진다.

가장 나쁜 점수인 레드 등급은 같은 기준으로 3점 이상이 나오거나 지난 1년간 살인(미수)ㆍ강도 등 7대 범죄가 5건 이상 발생, 절도ㆍ주취 등에 따라 경찰 신고가 16건 이상 일어날 시 부여된다.

세 부문에 모두 1점을 받아야 주어지는 ‘그린’(GREEN) 등급인 공원은 남은 1579개로, 전체 공원 중 사실상 73.92%만 안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어린이공원이면 관리가 더 잘 이뤄질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범위를 어린이공원으로 좁혀봐도 전체 1107개소 중 옐로 등급이 292곳(26.40%), 레드 등급이 9곳(0.81%) 등 비율은 비슷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에 있는 한 어린이공원 벤치 위에 술병 등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시는 체계적인 관리 끝에 그나마 재작년인 지난 2015년보단 나아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 2015년 같은 기간에 이뤄진 공원 안전검사를 보면 당시 전체 공원 2107곳 중 옐로 등급은 659곳(31.27%), 레드 등급은 26곳(1.23%)으로 안전 등급이 보통 이하인 곳이 전년보다 각각 6.04%포인트, 0.39%포인트 많았다.

그러나 자치구로 나눠보니 오히려 그간 상태가 나빠진 구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북구는 2015년엔 전체 56곳 공원 중 7곳이 옐로 등급이었지만, 전년에는 전체 57곳 공원 가운데 25곳이 옐로 등급을 받았다. 레드 등급은 각 0곳이었다고 해도 그린 등급 비율은 87.50%에서 56.14%로 31.36%포인트 급락했다.

용산구도 비슷했다. 2015년엔 전체 53곳 중 각 4곳이 옐로, 레드 등급이었으나 전년에는 전체 56곳 공원 가운데 21곳, 4곳이 각 옐로, 레드 등급을 받았다. 그린 등급 비율이 84.90%에서 55.35%로 29.5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이외에 강동구, 중랑구, 양천구도 같은 기준으로 보통 이하 안전 등급을 받은 공원이 늘었다.

시 관계자는 “레드 등급을 받은 18곳 중심으로 안전대책을 적극 마련할 것”이라며 “이미 12곳은 올 상반기 중 폐쇄회로(CC)TV를 추가 설치하고 화장실 비상벨을 두는 등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이어 “오는 10월부터 다시 이뤄질 검사에선 더 좋은 결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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