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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하철이 딱이야’ 폭염 속 노인들의 인기 피서지
[헤럴드경제=이슈섹션]최근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노인들이 시원한 지하철 역사로 모여들고 있다.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올 여름 지하철을 찾는 노인이 지난해보다 늘고 있다. 최고 35도까지 치솟는 무더위를 버틸 재간이 없는 이들은 무료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누릴 수 있는 지하철을 피서지로 여기고 있다.

광주에 사는 이모(67) 할아버지는 지역지와 인터뷰에서 “요즘처럼 날씨가 덥거나 비가 내리면 우리같은 노인들은 갈곳이 없다”며 “지하철역은 시원하고 친구들도 많아 장기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금새 하루가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들이 집을 나서는 또 다른 이유는 전기세 무서워 에어컨 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 지하철 3호선을 타고 일산에서 압구정까지 갔다가 돌아가는 장모(70) 씨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낮에는 나만 집에 있다”며 “혼자 있을 때 그 넓은 집에 에어컨을 틀면 전기세가 많이 나올까 봐 나온다” 고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함께 있던 이모(69) 씨는 “혼자 살아도 신경 쓰이긴 마찬가지”라며 “괜히 집에만 틀어박혀서 에어컨을 틀어대면 ‘전기세 폭탄’ 을 맞을까 봐 걱정된다” 고 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단순히 할아버지들의 구두쇠 행각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주위에선 65세가 젊다고 하지만 에어컨 사용비마저 부담될 정도로 경제활동을 못하고 있는 노인들의 빈곤을 드러내는 씁쓸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7월 1~19일 지하철 1~8호선을 찾은 65세 이상 노인은 1060만 여 명이었다. 이는 지난 해 같은 기간 1034만 여 명보다 약 26만명 늘어난 수치다.

노인들의 지하철 이용이 잦아지자 수익성이 감소한 지하철회사들은 무임승차 노인들에게도 요금을 걷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하철을 피서지로 이용할 만큼 노인 빈곤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다. 경제력이 없어 집에서 전기세 걱정에 마음껏 틀지 못하는 노인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곳이 지하철이라는 주장이다.

양쪽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린 가운데 ‘지하철 피서’로 인한 노인 지하철 요금 문제가 어떻게 귀결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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