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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스포츠 칼럼-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연구소장]올림픽 금메달 신화가 전설이 될때
잠실종합운동장 바로 옆, 실내체육관 가는 길에 ‘올림픽 스타의 길’이 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부터 최근까지 수십년간 역대 올림픽메달리스트들의 영광과 환희의 순간이 콘크리트 및 유리 조형물로 만들어졌다. 잠실종합운동장과 실내체육관에 경기가 있을 때면 팬들이 이곳에서 여러 올림픽메달리스트들의 기념물을 보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경기가 없는 날에도 관광객들이나 산책하는 이들이 잠시 들러 한국 스포츠의 올림픽 역사를 되새겨보기도 한다. 한국스포츠의 역사적 기념장소가 된 이곳에는 이미 손기정 선생과 같이 고인이 된 이들도 있으나 대부분 살아있는 이들이 많다. 이 장소에 최근 세상을 떠난 김원기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가 고인의 이름 대열에 끼게 됐다.

김원기씨는 지난 달 27일 치악산 산행 중 심정지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가족과 친지, 레슬링 관계자들과 팬들의 오열 속에 3일장을 치른 뒤 서울 벽제화장터에서 한줌의 재가 됐다. 그의 유해는 경기도 김포에 안치된 그의 유해는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유골로 뿌려진다고 한다.

LA올림픽 레슬링 62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대한민국 역사상 양정모(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금메달리스트가 그는 은퇴이후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재산을 탕진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늦깎이로 경희대에서 체육학 박사를 취득하기도 했으며 고향인 전남 함평군 레슬링협회장을 맡으며 후배 양성에 힘을 쏟았다. 특히 최근까지 교도소 등지를 돌며 무료 강연을 하고 경찰청 등에서 자신의 인생 역정을 소개한 강의를 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

그의 죽음을 보면서 국가, 사회적으로 기여한 스포츠 선수들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며 망각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을 지울 수 없다. 6.25, 월남전 참전 유공자, 5.18 민주화 항쟁 유공자 등이 사후 국립묘지 등에 안치돼 국가적인 예우를 받는 것과는 달리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은 생전 연금을 받았던 것 말고는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각 종목에서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스포츠 선수나 관계자 등은 사후 명예의 전당터에 조성된 묘에 안장될 수 있다. 야구의 발상지인 미국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있는 야구 명예의 전당은 기념관을 넘어서 헌액자 묘소로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1930년대 스타 루 게릭 등 이미 고인이 된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을 쿠퍼스타운으로 옮겨 ‘야구의 유산’으로 삼으려는 작업이 미국 야구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과 스포츠 국력 신장으로 지난 1970년대이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 대열로 발돋음할 수 있었던 한국은 그동안 국위 선양에 이바지한 스포츠인들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이다. 선수 은퇴이후 직업을 찾지 못해 어렵게 생활하고 죽어서도 편안한 안식처를 찾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피와 땀을 흘려 만든 한국스포츠의 화려한 유산을 계승, 발전하기 위해선 스포츠인들에 대해 더욱 많은 관심과 배려를 국가 사회적 차원에서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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