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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청소년에게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최근 ‘방학에도 매일 오전 8시 등교’라는 기사를 읽었다. 지난해 수능 고득점자 5명이 방학에도 학기중처럼 공부해서 명문대학에 입학했다는 내용이었다. 방학 때 놀면 뒤처지고 만다는 경고처럼 들렸다. 지금 우리 청소년들에게 방학은 선행학습을 위한 ‘또 하나의 학기’다. 방학에도 학업을 쉬지 못한다. ‘학원순례’를 하다보면 하루가 너무 짧다. 요즘 아이들에게 방학이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말로는 방학이 되면 체험활동도 하고 독서도 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현실과는 한참 동떨어진 얘기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이 실시한 ‘청소년활동 실태 및 요구조사’(2016년)에 따르면, 67% 가량의 청소년들은 학교 수업시간이나 방학기간에 체험 활동을 무척 하고 싶어 하지만, 활동에 참여하기 어려운 가장 큰 요인으로 ‘체험활동을 할 시간이 없어서’(34.7%)라고 답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 독서 실태조사’(2015년)에서도 초·중·고교 학생들의 독서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학교나 학원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31.8%)가 가장 많았다. 결국 시간이 없어서 체험활동도 못 하고, 책을 읽을 수도 없다는 결론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여름방학이 되면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자원봉사활동이 경쟁적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자원봉사 참가비용까지 받고, 주거지 내 80개 정도의 정보가 담긴 책자를 나눠준다. 의무 봉사냐고 물으니 그저 “좋아서”란다. 방학 때 청소년이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여건이 조성되어 있다는 얘기다. 여름방학 때 대부분의 청소년이 희망하는 자원봉사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풍경이 생경하면서도 부럽다.

독일 청소년들은 방학 중 3주 동안 캠핑을 가고, 이탈리아는 여름방학만 약 3개월 반이라고 한다. 러시아, 캐나다, 벨기에, 호주, 가나 등은 심지어 방학숙제도 없다. 미국 중고등학교엔 9월에 시작하는 새 학년을 위해 리딩 리스트가 있긴 하다. 중요한 책 4권 정도는 읽어야 새 학년 공부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여 자연스레 독서를 권장한다.

방학(放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배움을 놓는다’는 뜻이다. 한 학기동안 수고한 청소년들이 휴식하고, 다양한 체험을 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한 일간지의 헤드라인이 이런 적도 있었다. ‘한 달이나 되는 방학에 아이들 지도법. 많이 먹고 많이 놀도록 하십시오.‘ 1937년 12월 25일의 것이다.

이제 방학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청소년들이 방학을 방학답게 보내기를 바란다. 3박4일 캠프도 좋고, 동네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는 체험활동도 많다. 8월에만도 전국에서 펼쳐지는 청소년 체험활동이 180여 종이나 된다. 가까운 미술관이나 박물관 관람도 추천한다. 전국 청소년 체험활동정보는 ‘e청소년’(www.youth.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요즘 ‘워라밸’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잡자’는 새로운 삶의 지향을 제시한다. 죽어라 일만 하던 산업사회를 넘어 정보화시대를 지나오며 ‘적당히 벌고 잘 살자’는 마인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에게도 워라밸이 필요하다. 청소년들이 학업과 활동의 적절한 균형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와 여건을 만드는 사회적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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