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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차 대중화 ‘고속電比’에 키 꽂다
배터리 에너지 전환효율 99.9%
정체 심한 도심 주행에는 최적
고속주행시 주행거리 급격감소
변속기 부재·충전 불편 걸림돌

저장용량 확대·안정성 향상 관건
성능보완 ‘파워트레인’ 연구 활발


“연비가 얼마나 돼요?”

최근 서울 외곽에서 전기자동차 시승을 하던 기자에게 옆 차선 운전자가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이는 약간 잘못된 질문이다. 전기차는 연료를 연소해 추진력을 얻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배터리를 전기 공급원으로 삼아 움직인다. 따라서 자동차의 단위 연료당 주행 거리의 비율을 일컫는 ‘연비’란 개념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가전제품에서나 볼 수 있는 ‘효율’이란 말이 더욱 정확한 표현이다. 해외에서는 연비 대신 ‘전비’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LG화학 ‘중대형 전지 EV’플랫폼 전시물(큰 사진). LG화학의 전기차용 배터리 셀(작은 사진).                 [사진제공=LG화학]

도심 효율이 더 좋은 전기차, 왜?=전기차의 에너지 효율은 내연기관에 비해 월등한 수준이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연료의 25~30%만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반면, 전기차 배터리의 에너지 전환 효율성은 99.9%에 이른다.

도심 주행에서 둘의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일반적으로 내연기관차는 고속도로 효율에 비해 도심 효율이 상당히 떨어진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는 충분히 높은 변속기 기어가 물린 상황에서 일정한 속도로 달려야 하는데, 도로 정체가 극심한 도심에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 일쑤라 정속주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는 변속기 없이 1단 감속모터만 사용하기 때문에 가동 직후 저속에서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고회전 구간에 진입하기 전까진 토크가 일정해 상대적으로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의 회생제동 장치(감속 상황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치)도 도심 주행에서 효율을 높여주는 공신 중 하나다.

그러나 변속기의 부재는 언덕길 등판 능력이나 주행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배터리 소모량도 높여 생산원가를 높인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에 올해 초 국내 벤처기업인 엠비아이가 전기차용 2단 변속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을 때 적잖은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배터리 성능’이 전기차 대중화 관건=전기차는 도심 효율이 고속도로 효율보다 높아 교통기관이 혼잡을 이루는 출퇴근 시간대 활용하기 그만인 데다 대기오염 문제에서도 자유롭다. 하지만 대중화까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현재 출시되는 전기차는 1회 충전으로 평균 150~300㎞밖에 가지 못한다. 특히 변속기 개발이 걸음마 상태라 고속 운행 시 주행 거리가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필연적으로 ‘방전’의 위험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확충이 중요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연장하는 방법으로 ▷배터리 저장 용량 확대 ▷차체 무게 감축 ▷파워트레인 구동 효율 강화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한다. 이 가운데 전기차 업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배터리 저장 용량 확대다. 현재로서는 전기차 내부 공간이나 설계 하중이 가능한 범위에서 최대한 많은 배터리를 탑재하는 것이 대표적인 해결책으로 꼽히고 있지만, 최상의 방법은 아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탑재 공간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많이 실을 수록 차량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면서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의 크기는 줄이고 주행거리는 연장시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3만 달러 수준인 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팩이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1만 달러”라며, “배터리의 주 원료인 코발트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니켈의 비중을 높이면서 배터리 및 전기차 가격은 낮추되, 안정성과 밀도를 유지해야 전기차 보급도 가속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 보완해줄 ‘파워트레인’=전기차 성능과 관련해 최근에는 파워트레인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전지, 모터, 전기 특성을 제어하는 파워 일렉트로닉스로 구성된 전기차 파워트레인은 전기차 구동 시 에너지 손실을 줄여준다.

신장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파워트레인, 전기차 대중화 앞당긴다’는 보고서를 통해 “1회 충전으로 500㎞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는 배터리의 발전만으로는 대중화되기 어렵다”며 “배터리의 성능 향상 둔화로 대중성을 갖춘 전기차가 등장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파워트레인의 진화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해 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독일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는 오는 2020년까지 ㎾h당 전기차 주행 성능을 8㎞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파워트레인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 지멘스와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 발레오도 전기차 파워트레인 사업을 위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파워트레인 시장을 잡기 위한 자동차 부품 회사들의 노력도 가속되고 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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