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니?’
문득 자신에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삶이 기울어서가 아니라 지금 잘 살고 있는 건지, 이대로 살면 되는 건지, 이 단순한 질문의 답을 새삼스레 찾고 싶을 때. 그러나 하루하루를 걱정하는 평범한 ‘직장인’은 더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하철, 야근, 휴일근무…. 쳇바퀴 도는 일상이 갑갑해질수록 그저 회사에서 하루빨리 도망치고 싶다는 마음뿐.
“안 돼요, 퇴사하지 마세요! 회사 나오면 ‘개고생’ 합니다.”
장수한 퇴사학교 교장을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났다. 퇴사학교 교장이 정작 퇴사를 막는 ‘퇴사 브레이커(breaker)’라고 건네자, 그는 “회사를 나와 보면 알게 된다”며 웃어 보였다.
# 퇴사, 철저히 준비하세요
장 교장은 삼성전자에서 일하다 ‘꿈을 찾아’ 입사 4년 3개월 만에 퇴사했다. 그러나 회사원이 아닌 나 자신의 인생으로 살아가는 건 말처럼 쉽지 않았다. 그는 “회사 밖에 있으면서, 그동안 내 생활이 얼마나 회사 중심적으로 돌아갔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타이틀이나 치열하게 쌓은 스펙이 회사 밖에서 자생하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인정해야 했죠.”
그는 그렇게 1년간 백수로 지냈다. ‘나의 고민’을 ‘우리의 고민’으로 치환하고 싶었다. 직장 생활을 고찰하는 에세이를 온라인에 연재했다. 가감 없이 써내려 간 그의 글은 직장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었다. 그의 시행착오는 누군가에게 좋은 본보기가 됐다. 지난해 5월 그는 퇴사학교를 설립했다.
“많은 직장인들이 이도 저도 할 수 없다고 체념하기 전에 회사 안에서 대안을 찾고, ‘퇴사 이후의 삶’을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었어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퇴사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면, 철저히 준비해서 퇴사를 해야 한다.
“대책 없이 직장을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면 고생만 해요. 어떤 경우라도 무모한 퇴사는 하지 말아야겠죠.”
# 회사를 학교처럼
장 교장은 “퇴사학교는 직장인에게 사표를 권하는 곳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가 ‘퇴사’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도 이와 맞닿아 있다. “우리는 왜 모두 인간이 아니라 회사원이 되기 위해 사는가, 자문을 해봤으면 좋겠어요. 회사원으로서가 아니라, 무엇보다 한 인간으로 존재하는 법을 배우고 익히고 새기는 게 중요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해요.”
그는 ‘회사를 학교처럼 다니라’고 조언한다. 회사가 평생 나를 책임져 줄 수 없으니, 언젠가 퇴사하는 날을 준비하면서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는 나를 만들어가는 곳이지, 내가 의지하는 곳이 아니다.
“회사에서 직종, 직무,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향 등을 거울삼아 나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야 해요. 회사에서 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는 거죠. 그래야 억지로 시켜서 일을 하는 게 아닌, 내 개인의 비전을 가지고 일할 수 있어요. 그게 결국 조직을 성장시키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 퇴사 전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
퇴사학교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 90%는 직장인이다. 나이는 30대 초중반. 그는 “정말 다양한 직장인들이 퇴사학교를 찾는다”며 “대기업 사원부터 외국계, 스타트업, 금융권, IT업, 건설업을 비롯해 공무원들도 온다”고 전했다.
퇴사학교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과정이 있다. 1일 교육 프로그램인 원 데이(one day)와 2개월 단위로 하는 학기제다. 과목은 ‘회사 다니면서 창업하기’, ‘회사에서 나답게 일하기’, ‘이직 설계 워크숍’, ‘보통 직장인의 위대한 글쓰기’, ‘월급 외 10만원 벌기’ 등 20여 개다.
“수업을 통해 다가오는 퇴사의 시대를 조명하고, 내 회사 생활이 왜 힘든지 진단한 뒤에 회사에서 무엇을 배울 지 고민하죠. 그리고 퇴사 이후 현실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준비된 퇴사’를 위한 대안을 만듭니다.”
수업은 코칭, 실습, 토론식으로 진행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 콘텐츠를 회사 내에서 어떻게 다져나갈 수 있는지, 콘텐츠로 어떤 수익 모델을 가져갈 수 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는 시간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회사 밖에서 돈을 버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처음에는 ‘힘들어서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씀하시는데, 퇴사학교 수업을 듣고 나면 오히려 ‘일단 회사를 계속 다녀야겠다’, ‘무모한 퇴사는 하지 말아야겠다’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 꿈을 찾는 어른들의 학교, 퇴사학교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꿈꾸고,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꿈은 실행에 옮기는 순간 실현이 된다는 사실을 그 누구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장 교장은 “진짜 두려운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서 퇴사를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회사는 다 어쩔 수 없다고, 냉소적으로 포기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시도해 보는 것. 그것이 리더의 책임이 아닐까요?”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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