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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자증세’ 왜?…향후 추진 방향은] 국정과제 수행 재원마련 총대 멘 與…‘稅몰이’ 정국 직진
- 당정청 파급력 감안 속도감 있게 대응 전략
- 관건은 8월초 발표 세법개정안 적용 여부
- 국정과제 필요재원의 10%인 178조확보 그쳐
- 논란에 비해 세수효과 미미 ‘조세정의’ 차원

문재인 정부가 증세론을 꺼냈다. ‘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 법인세와 ‘5억초과’ 초고소득자 소득세 인상을 특정하면서 논의에 착수했다. 예고된 수순이나 예상보다 시기가 빠르다. 관건은 당장 8월 초 발표될 정부의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대기업ㆍ고소득자 증세안이 적용될지 여부다. 정부ㆍ여당 모두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 세법개정안 발표 시기까지 정국은 급속도로 증세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지난 20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는 전례 없이 당ㆍ청 외에 여당 대표가 참석했다. 결과적으로 이날 회의는 여당 대표가 핵심이 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 법인세율 25%ㆍ5억원 초과 소득자 소득세율 42%’라는 증세론을 꺼내면서다. 회의 직후 청와대도 추 대표의 제안을 상세히 설명하며 “민주당ㆍ정부와 함께 관련 내용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일단 포문이 열린 만큼 당정청은 곧장 논의에 착수한다.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서 증세를 비롯, 다양한 제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이미 제안과 토론은 된 것이고 곧이어 경제장관회의, 당정청 논의 과정 등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증세의 파급력을 감안, 청와대도 속도감 있게 대응하는 기류다.


관건은 당장 세법개정안에 적용될지 여부다. 8월 초 발표될 세법개정안에 법인세ㆍ소득세 인상안이 포함, 국회를 통과하면 당장 내년부터 증세안이 적용된다. 원래 기획재정부는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의 명목세율을 조정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세법개정안을 마련한 상태였다. 하지만 증세론이 급부상하면서 당장 재논의부터 들어가야 한다. 8월 초까지 시간도 촉박하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이른바 3대 세목의 명목세율은 그대로 유지키로 했다고 설명한바 있다.대신 ‘부자 증세’ 차원에서 고소득층의 소득세 과표구간을 조정하고,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 각종 비과세·감면 제도를 정비키로 했다.부가세 탈루를 방지해 세원을 확대하는 방향도 설정했다.

새 정부의 인수위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지난달말 “새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함에 따라 올해는 새정부 정책방향에 따라 추진가능한 세제개편을 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조세·재정 개혁과제들은 내년 이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부와 국정기획위가 사실상 내년으로 넘긴 대기업ㆍ고소득자 증세 논의를, 그것도 청와대가 아닌 여당이 돌연 증세론을 꺼낸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추 대표가 제안한 증세안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도 상대 후보의 법인세 관련 공세에 “법인세 명목세율 25% 인상은 발표 공약에 있다”고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도 법인세 인상 등은 공식 거론되지 않았다. 특히나 증세는 이념 성향을 막론하고 정치권에선 가장 민감한 화두다. 여론 지지가 절실한 새 정부로선 먼저 꺼내기가 쉽지 않다.

또 설령,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추 대표 안대로 증세를 한다해도 예상되는 세수효과는 연간 3조5000억원 규모다. 5년간 17조5000억원으로, 이는 문정부 5개년 국정과제에 필요한 총재원 178조원의 10%에 불과하다. 반발과 논란에 비해 세수효과는 미미하다. 당장의 ‘세수효과’ 보다 ‘조세 정의’ 차원에서 불거졌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때문에 여당이 청와대를 대신해 먼저 증세론을 꺼내며 ’십자가’를 멘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설사 당장 추진되지 않더라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기회를 여당이 마련해주려 했다는 의미에서다.

국가재정전략회의 내에서도 증세를 두고 찬반 의견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가 증세를 꺼내자 일부 국무위원들은 공감 뜻을 표했으나, 또 일각에선 “증세가 아닌 재정의 구조조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증세가 민감한 화두이니 채권 등을 활용해보자”는 반론도 나왔다.

김상수 기자/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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