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재산 中 86억원 재산분할, 예상됐지만 적은 액수”
[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법원이 20일 이부진(47) 호텔신라 사장과 임우재(49)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 1심 재판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이 부사장이 임 전 고문에게 86억 1031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부사장의 완승 판결로 임 전 고문이 항소하더라도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혼법에 정통한 변호사들은 1심에서 이 사장이 승리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임 전 고문은 이혼을 거부했지만, 법원은 이 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혼판결을 내렸다. 아들 임모(10) 군의 친권자와 양육자도 이 사장으로 정했다. 임 전 고문은 매달 1회 토요일 1박 2일로 아들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양육권을 갖지 못한 부모의 면접교섭권이 통상 격주로 월 2회는 인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엄격한 수준의 제한이다. 10년 이상 결혼 생활하며 가사와 양육을 전담한 전업주부가 이혼할 때 절반 가까운 재산을 분할받는 추세를 보면 재산 형성과 유지에 대한 임 전 고문의 기여도를 낮게 본 것이다.
세간의 관심이 쏠렸던 재산분할 소송에서도 이 부사장이 ‘선방’했다는 의견이 많다.
임 전 고문은 이 부사장의 전체 재산을 2조 4000억 원으로 보고 절반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86억 원만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부사장이 결혼 전 형성한 재산을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법에서는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하지 않은 ‘특유 재산’은 재산분할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이인철(44) 변호사는 “이 부사장 재산 대부분이 부모에게 증여받거나 본인이 경영자로 형성한 것이라 임 전 고문에게 많은 재산분할 액수가 인정될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았다”면서“예상보다는 재산분할 액수가 적게 나왔다”고 했다.
임 전 고문 측은 선고 직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결론이 뒤바뀌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법원이 이 사장 측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고 면접교섭권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제한한 건 이혼의 책임이 임 전 고문에게 있다고 인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86억여 원으로 인정된 재산분할 액수 역시 항소심서 변동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곽성환(45) 변호사는 “재산분할 소송은 사실심인 1심의 재량권을 많이 인정하는 편”이라며 “1심에서 명백하게 누락한 부분이 있지 않다면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다”고 했다.
항소심에서 임 전 고문은 현실적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친권자나 양육권자를 바꿔달라고 주장하기보다는 면접교섭 횟수나 재산 분할 액수를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임 전 고문 측 김종식 변호사는 20일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나 “비율상으로 보면 이 부사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 1조 9000억 원 정도가 재산 분할 대상에서 빠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어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했다. 이 부사장이 결혼 전 형성한 재산으로 인정된 주식 부분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주장이다. 이 부사장이 결혼 전 많은 재산을 형성했지만 유지하는 데 임 전 고문이 기여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임 전 고문 측은 또 “당초 월 2회 면접교섭을 희망했고 공동친권을 행사하고 싶다는 의견이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이다”고 했다. 법원이 비양육자인 부모의 면접교섭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추세인만큼 항소심에서 면접교섭권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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