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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동차 경쟁입찰 시대 본격화…기업은 ‘죽을맛’ 서울시는 ‘반색’
현대로템, 손실감수 예가대비 63% 입찰
다원시스 “63%입찰은 신생사 죽이기”발끈
이달말 2500억 규모 2호선 입찰에 사운

1~8호선 노후차량 교체발주 앞둔 서울시
“朴시장 부채감축 이행 일등공신” 환영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동차 구입에 대해 경쟁입찰을 시작한 뒤 전동차 낙찰 가격이 큰폭으로 내려가 서울시가 예산을 수백억 절감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14년 12월 전동차 경쟁 입찰을 선언한 뒤 2015년 초 당시 서울메트로(현 서울교통공사)에서 발주한 200량 입찰에서 로윈-다원시스컨소시엄(현 다원시스)은 1량당 10억5000만원, 현대로템 12억여원, 우진산전 12억 5000만원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한 우진산전을 빼고 현대로템과 다원시스 입찰가격을 단순 계산해도 1량당 1억5000만원 즉 전체로 환산했을때 300억원이 낮은 금액이다. 이 금액은 당시 서울메트로가 제시한 전동차 200량 예가(預價, 미리 정해 놓은 가격) 보다 400여억원이 싼 것이다. 이어 올해 7호선 인천 연장선인 석남선에 투입할 전동차 8량 2편성 16량과 기존 7호선 568량의 전동차의 신호장치, 방송ㆍ표시기, 열차제어장치등 소프트웨어 개조에서도 예가 대비 27%나 저렴한 가격에 다원시스가 수주해 전동차 가격인하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현대로템이 최근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진접선 복선전철에 투입할 50량 입찰에서 예가 대비 63%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전동차를 수주해 철도업계를 놀라게 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 2014년 전동차 경쟁 입찰을 선언한 뒤 업체는 “정부가 경쟁력 강화차원 통합시켜 놓고 이제와 경쟁입찰”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부채감축 일등공신” 이라며 반색하고 있다.

이는 현대로템의 과거 수주율이 예가 대비 평균 97%라는 경이적인 수치에 비하면 형편없이 낮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 입찰에서 현대로템은 438억7900만원, 예가 대비 63.213%를 제시했으며 우진산전 469억 9000만원인 67.694%를, 다원시스는 498억 5500만원인 71.822%를 제시했다. 적어도 현대로템 독점시대에서 30%이상 가격 인하효과를 본것이다.

과거 현대로템 독점시대에는 2006년 12월 서울 2호선 280량 낙찰률 99.79%, 2017년 12월 서울 3호선 340량 99.86%, 2010년 3월 서울 9호선 48량 96.9%, 2013년 11월 부산 1호선 48량 99.96%의 낙찰률과 비교해 보면 엄청난 차이임이 분명하다.

특히 2015년 5월 9호선 70량 99.98% 수주와 비교하면 이번 현대로템의 63%대 수주는 최근 국내시장에서 저조한 수주에 대한 다급함도 엿보인다.

이로서 철도업계에서는 현대로템과 다원시스 그리고 우진산전 3개 업체가 치킨게임으로 치닫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현대로템의 진접선 50량 63% 낙찰은 향후 보기 힘든 낙찰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대로템이 최소 15% 이상의 손실을 감수한 낙찰가격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번 진접선의 경우 예가 대비 최소 80%는 돼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63% 수주에 대해 현대로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에서 한푼의 지원도 없는데 적자를 감수하고 이런 가격을 쓴 것은 국내 수주가 거의 없어 공장을 놀리고 있는 상황이라 불가피 했다”며 “당장 이달 서울교통공사가 발주한 2호선 214량도 우리에게 상당히 중요하지만 이런 가격을 또 쓸수 있을지는 장담할수 없다”며 치킨게임을 경계했다.

또 “과거 김대중 정부시절 철도경쟁력을 강화시키겠다며 3사를 통합해 놓고 이제와서 다시 경쟁체제를 만드는 것은 다른 철도선진국에서 철도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컨트롤 하는 상황과는 역행 하는 것으로, 중국도 중국남차와 북차를 통합해 중국중차를 만들었다”며 “국내에서 수주 실적을 쌓아 해외에서 수주를 해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에게 문을 열어줘 다시 경쟁입찰로 가격 인하 전쟁을 시키는 것은 대기업에 대한 횡포이며 철도산업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변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7개의 전동차 제작업체가 있는데 정부에서 일감을 골고루 나눠줘 모두 살수 있도록 철도산업을 보호하고 있으며 예가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충분한 이윤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다원시스 입장은 다르다. 다원시스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최근 10년간 국내 전동차 수주에서 낙찰율이 97%에 가깝다”며 “이번 63% 입찰은 신생 중소기업을 죽이기 위한 입찰이며 아무리 봐도 공정한 거래는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이어 “대기업이 자본을 앞세워 적자입찰을 하더라도 중소기업으로써 경쟁력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할 것”이며 “상장기업으로써 주주들의 이윤극대화를 위해서라도 현대로템과 같은 적자수주를 해 함께 몰락하는 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로템이 턴키로 참여해 독점하고 있는 서울 9호선 전동차 입찰에도 참여해 진정한 전동차 경쟁입찰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동차 생산 3사는 이달말 서울교통공사에서 입찰하는 2500억원규모의 2호선 214량 수주 입찰을 놓고 사운을 건 승부를 겨룰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동차 생산업체들의 경쟁이 서울시로서는 반갑기만 한다. 이는 앞으로 서울교통공사가 2019년에 2호선에서 200여량을 비롯 1~8호선 노후 전동차를 지속적으로 교체할 방침이고 9호선 추가 발주도 예정돼 있어 전동차 경쟁입찰이 예산 절약으로 이어져 박원순 시장 최대 공약인 서울시 부채감축에 한몫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진용 기자/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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