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양산 문턱에서 멈춰선 한국형 전차 K2, 석연찮은 국내업체 역차별 의혹
-독일 수입산 파워팩 결함의심 발견, 獨서 원인규명 중
-변속기 국방규격 변경, 실무위원회 논의조차 없었다?
-‘내구성 결함시’ 조항이 ‘결함시’로 변경… 재시험 ‘쳇바퀴’

[헤럴드경제=윤정희 기자] 한국형 전차 개발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되던, K2(흑표)전차 사업이 양산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K2전차 개발사업은 차체와 엔진ㆍ변속기의 국내 개발이 모두 끝났으나, 양산단계 시험에서 결함이 발생해 지난 2월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대신 장착된 독일산 파워팩(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체)은 주유압ㆍ연료 펌프 등에서 고장이 발생했고 변속기에서도 문제가 발견돼 원인을 파악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K2전차 국산화성공, 그러나= K2전차는 지난 2005년 이후 약 10년 동안 정부와 제조업체들이 총 1280억원을 투자해 개발에 들어갔으며, 엄격한 내구성테스트를 모두 거치고 2014년 10월 전투적합판정을 받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처럼 개발이 끝난 K2전차의 양산 및 실전배치가 지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5대 전차로 손꼽힐 만큼 우수한 K2전차 국산화의 핵심은 엔진과 변속기의 결합체인 ‘파워팩’이다. 엔진과 변속기를 따로 조립할 수 있는 자동차와는 달리, 험준한 산악지형과 물속에서도 기동이 가능해야할 전차의 특성상 파워팩은 고도의 기술력으로 엔진과 변속기가 하나로 일체된 완전체다. 엔진과 변속기를 분리해서 장착할 수 없기에 둘 중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파워팩 전체의 개발이 불가능하다.

▶수입산 파워팩 장착 의혹에 감사원 공익감사=2012년 국산화가 늦어지면서 K2전차 초도물량 100대에는 독일산 파워팩이 장착돼 야전에 배치됐다. 한국형 전차라는 몸에 수입산 심장을 얹은 셈이다. 하지만 수입 파워팩이 응당한 시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의혹과, 국산 파워팩이 역차별을 받은 것 아니냐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수입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일자, 감사원은 공익감사를 실시해 방위사업청이 국내개발 파워팩에 중요 결함이 있는 것처럼 과장하고, 해외 파워팩의 결함은 누락시켜 수입 결정을 했다고 밝혀냈다.

특히 양산된 적이 없는 독일산 엔진을 양산실적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고, 해외 파워팩의 운용시험과정에서 드러난 기ㆍ시동불가, 제동장치 고장, 오일누유, 매연 과다발생 등의 결함을 고의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장성급이 포함된 관련자 3명에게 강등을 포함한 징계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국방부는 2014년까지 K2전차 개발을 끝내고, 중대한 결함이 없는 한 2차분 100대를 완전 국산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국산 파워팩의 개발이 모두 완료된 시점에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2014년 10월 방사청은 국산 파워팩이 전투적합 판정을 받아 개발이 완료됐다고 알렸다. 그동안 결함이 발생했던 엔진과 변속기가 모두 내구도시험을 충족해 전력화가 가능하다는 최종 진단을 내린 셈이다.

이후 공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로 넘어갔다. 2014년 11월28일, 실무위원 9명이 참석한 가운데 1500마력 파워팩 양산을 앞두고 ‘국방규격’ 제정을 위해 군수조달실무위원회가 개최됐다. 총 31건의 제안내용을 심의했으며, 그 결과를 근거로 최종 국방규격을 확정했다.


▶‘내구성 결함없을 것’ 조항이 ‘결함 없을 것’으로 포괄적 변경=국방규격이란 향후 양산단계 시험에서 국산화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규격은 개발단계의 조건이 유지되면서 이날 통과된 31개 안건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다. 하지만 국과연이 제정한 최종 국방규격에는 변속기 내구도시험 부분에서 단어 하나가 빠져있었다.

‘내구성’.

이는 양산에 앞서 마지막으로 실행되는 ‘내구도 시험’의 성격을 결정짓는 중요한 개념으로써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은 내구성의 정의를 ‘물질이 원래의 상태에서 변질되거나 변형됨 없이 오래 견디는 성질’이라고 밝혔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도 내구도 결함을 규정하여 규격 심의를 시행하고 있다.

최종 국방규격에는 차체나 엔진과는 달리, 변속기의 내구도 시험 조건에서 ‘320시간 동안 내구도 시험을 수행하였을 때 결함이 없을 것’이라고 제한했다. 그동안 개발 단계에선 ‘내구성 결함’이 없어야 한다던 문구가 이유 없이 ‘결함’이 없어야 한다고 바뀐 것이다. 개발업체는 수차례 공문을 통해 국방규격을 원래대로 재정립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기품원에서는 국방규격 제정은 국과연 소관이며 이미 검토과정을 거쳤기에 앞으로 생산업체와 적극 협조할 것이라는 ‘동문서답’ 수준의 답변만 되돌아왔다.

내구성 단어가 빠진 이유에 대해 국과연 관계자는 “현재 방위사업청하고 업체간 소송이 진행중인 내용이라서 답변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밝혔다.

내구성 결함은 창정비 수준의 중결함(Major failure)을 의미하고 경결함(Minor failure)과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내구성’이 빠진 ‘결함’은 중결함과 경결함 모두가 없어야 한다는 포괄적 의미로 사실상 모든 결함에 대해 시험 주체가 처음부터 재시험을 요구할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자체와 엔진의 국방규격은 그대로 ‘내구성 결함’이 유지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의미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애초애 파워팩은 일체형으로 변속기가 없는 엔진은 무의미하고, 파워팩이 없는 차체, 한국형 전차 또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수입변속기는 ‘내구성 문제만 없으면 OK’ 역차별 의혹=또한 수입산 변속기와의 역차별을 명문화했다는 것도 논란거리다. 기품원이 밝힌 ‘변속기 종류별 내구도 시험방법’에서 수입 변속기는 ‘변속기 창정비 부품의 고장없이 9600㎞의 내구 주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건을 달리해 명시했다. 달리 말하면 창정비 부품의 고장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수리해서 시험을 계속할 수 있도록 수입업체측의 입장을 배려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내용이다. 국산 파워팩에 들어가는 변속기는 모든 결함에 대해 처음부터 테스트를 무한반복할 수 있도록 해놓고, 수입 제품에 대해선 뒷문을 활짝 열어논 셈이다. 더구나 양산실적도 없는 수입 변속기에는 이 규격마저도 생략하고 서둘러 들여온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다.

수입 파워팩 결함의심 문제와 관련해 방사청 관계자는 “야전 상황에서 고장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며 “보증기간 안에서 점검과정에서 문제가 확인된 것을 독일 제조사에 확인하는 과정이고, 전력에 차질이 없도록 요구하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1500마력 파워팩 국방규격 제정을 위해서 실무위원회는 2014년도에 수차례 회의를 거듭했다. 마지막 회의가 열린 2014년 11월28일, 방위사업청에서는 실무위원 9명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은 국방규격 19건을 제정하고, 5건을 개정했으며, 7건을 폐지했다. 변속기 내구도 시험 조건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이유로 국내 개발 파워팩이 수입 제품에 역차별을 받고 있는 것인지, 실현 불가능한 조건으로 어떻게 국산화를 달성하려 했던 것인지 밝혀야 할 때다.

창원의 모 업체 마당에는 40여대의 K2전차 차체가 비를 맞고 있다. 우여곡절 속에 개발을 끝내고, 전력화를 앞둔 시점에서 무한궤도를 반복해서 돌고 있는 한국형 전차. 세계 5대 전차라는 수식어를 달고, 당장 북한 대비 전력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자랑하며 국산화에 돌입했던 ‘한국형 전차, 흑표’가 우리 기술로 만든 심장을 달고 달리는 날이 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cgn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