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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졸음운전 공포③] 사고났다하면 참사인데 ‘졸음운전 처벌법’은 없다?
-음주보다 위험한데 가중처벌 없고 벌금형 등 솜방망이
-“운전자 외 운수회사 규제도 필요”…종합적 대책 필요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냉장탑차 운전자인 김모(31) 씨는 지난해 6월 아침 6시8분 창원 지역 편도 2차로에서 운전하다가 깜빡 졸았다.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틀었고 마침 버스를 타기위해 인도에서 기다리던 박모(39) 씨를 치었다. 인근 병원으로 옮겨진 박 씨는 중증 다발성 외상으로 바로 사망했다. 운전자 김 씨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최근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이 선고됐다. 창원지방법원은 “피고인이 업무량이 많아 졸음운전을 하게 된 것으로 범행 경위에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피해자 유족과 합의한 것도 판결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졸음운전’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 수준에서 처벌을 받는다. 최근 초대형 졸음운전 사망사고가 잇따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지만, 현행법에선 ‘졸음운전’ 자체를 처벌하는 기준은 따로 없다. 

지난 9일 오후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양재 나들목 인근에서 광역버스와 승용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종잇장 처럼 구겨진 피해차량. [사진제공=연합뉴스]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으로 처벌된다. 과실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운전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률로 ‘5년 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최대 형량으로 정하고 있다. 이법에선 음주운전, 무면허 운전, 중앙선 침범, 과속, 신호위반 등 12개 중과실이 규정돼 가중 처벌하도록 하고 있는데, ‘졸음’은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 관계자는 “본인이 고백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졸았다는 걸 증명하기도 어렵다”며 “운전자가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졸았고, 그 결과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가중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강원 평창군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졸음운전으로 사망자 4명을 포함, 42명 사상자를 낸 관광버스 운전사 방모(57) 씨에게 적용한 혐의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이었다. 방 씨는 올 2월 항소심에서 금고 4년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20대 여성 4명의 목숨을 빼앗은 초대형 사고로 형량이 턱없이 낮다는 여론이 컸지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이었다.

졸음운전 사고에 대한 형량을 정할 때 재판부는 피해자와 합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발생한 졸음운전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다면 피해 회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중요하게 따진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지난해 12월 29일 전국 순창군 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 오던 소형 승용차를 충돌해 1명 사망 포함 3명의 사상자를 낸 운전자 유모(27) 씨는 벌금 8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 유족 측에 4000만원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한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법조계에선 졸음운전 사고를 줄이기 위해선 운전자 개인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운수회사에 대한 규제 강화 등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본다. 초대형 사망사고를 낸 운전자는 대부분 대형 차량을 모는 운수회사 소속 직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장시간 운전으로 피로함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졸음운전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인 운수회사에 대해서도 정당한 책임을 묻도록 합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인 한 변호사는 “졸음운전 책임을 전적으로 운전자 개인에 돌려선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에서 적정 근무시간을 지키고 있는지, 졸음운전 방지를 위한 안전 교육은 제대로 해왔는지 등을 고려해 운수업자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졸음운전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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