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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적없는 아이들]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아야…”
선진국선 ‘특별이민아동지위’ 인정

카를로스는 2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왔다. 미국에서 동생들도 태어났다. 하지만 이들 가족은 모두 불법 체류자였다. 카를로스의 부모는 술과 마약에 빠져 아이들을 학대했다. 12살 카를로스는 학교에 결석하는 날이 잦고 옷도 더러웠다. 목과 팔에는 학대 상처가 선명했다. 이를 발견한 담임 선생님이 아동보호센터에 학대 신고를 했다. 카를로스는 즉시 ‘특별이민아동지위’를 인정 받았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체류자격이 주어진 것이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처럼 학대에 취약한 미등록 이주아동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카를로스처럼 부모와 격리할 필요가 있거나, 본국 송환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되는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한다. 이민 및 국적법에 규정된 ‘특별이민아동지위(Special Immigrant Juvenile Status)’ 제도를 통해서다. 각종 지원금과 소송비용도 주 차원에서 제공된다.

영국 역시 보호가 필요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단·장기의 체류자격을 준다. 아동복지기관이 체류를 권고한 아이들의 경우 12개월에서 4년까지 체류할 수 있다. 송환이 여의치 않을 땐 장기 체류도 가능하다. 영국에서 태어나 10년 이상 거주한 아이들은 국적을 취득할 수도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도 충분한 법적 권리를 보장받는 셈이다.

캐나다에서는 영주권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학대 받는 아이의 상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이민·난민 보호법의 ‘인도적 고려(humanitarian and compassionate considerations)’ 조항 덕분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민법에 ‘18세 미만 아동은 송환하지 않고 구금 대상에서도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주최로 지난 10일 열린 ‘미등록 이주아동 학대 근절 및 보호를 위한 심포지엄’에서 발표를 맡은 고지운 변호사(이주민지원공익센터 감사와 동행 대표)는 “미등록 이주아동까지 보호해야하냐는 주장도 있지만 국제법상 아동은 아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호받는다”면서 “아동의 범위에 미등록 이주아동을 포함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4년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체류자격을 주는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안’이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 대표로 발의됐지만 반대 여론에 부딪혀 폐기됐다.

이유정 기자/kul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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