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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한계 드러난 면세사업자 특허제, 신고제로 전환해야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정이 비리 투성이였다는 감사원 발표가 충격적이다.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게 나라인가’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참담하다. 점수 조작은 기본이다. 주무 부처인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평가 항목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점수를 의도적으로 깎아 내렸다. 그 결과 2015년 사업자 선정이 유력했던 특정업체가 탈락하고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메웠다. 해당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은 조작된 내용을 바탕으로 주식거래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게 다 정부 내에서 일어난 일이다.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설치했다.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은 외국인 관광객 방문자 수가 전년대비 30만명 이상 늘어날 경우 등에 한해 관세청장이 판단해 발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경제수석실에 신규 특허를 지시했고, 기획재정부와 관세청이 외국인 방문객 수 등 관련 자료를 왜곡하는 편법을 동원해 이를 강행했던 것이다. 용역 결과를 보더라도 잘해야 1곳 정도 추가 설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관세청은 해당 자료를 무단 파기하는 등 은폐 시도까지 했다고 한다.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해임 등 징계는 물론이고 강도 높은 검찰 수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관련자 형사 처벌도 뒤따라야 한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근본 원인은 정부가 면세점 허가권을 틀어쥐고 있는 현행 시스템과 무관치 않다. 시장은 시장 원리에 의해 작동해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이번 감사원 조사에서 정부가 시장에 관여하는 게 어떤 부작용으로 이어지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면세점 사업자 운영 방식을 신고제로 전환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기업 스스로 시장성을 판단하고 진입 여부를 결정토록 하는 게 면세점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진입장벽을 낮추고 시장경쟁을 촉진하면 자연스럽게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 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특혜 시비도 원천 봉쇄된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면세점 산업은 최악의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어렵게 시장에 참여한 한화갤러리아가 최근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해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접기로 한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지금 상황이라면 사업권 반납 업체가 줄을 이을지도 모른다. 면세점 정책에 대한 발상의 대전환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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