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기력함 등 호소하는 사람 늘어나
- 증상 2주 이상…우울증 의심해볼만
-“실내활동ㆍ명상 등으로 안정 찾아야”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회사원 배모(33ㆍ여) 씨는 몇 년 전부터 해마다 장마철이 되면 어김없이 아침잠이 없어져 일찍 일어난다. 또 피로 회복이 더디고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등의 증상도 나타났다. 비 오는 날이 많아서인지 기분이 처졌지만, 그냥 ‘날씨 탓이겠거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최근 직장 건강검진 설문조사 후 받아 본 결과는 ‘우울증’이었다.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의 배 씨는 “내가 그럴 리가…”라며 깜짝 놀랐다.
‘비가 오니 기분이 꿀꿀하다’, ‘우울하다’…. 요즘 같은 장마철이면 사람들이 자주 이야기하는 말이다. 최근 장마와 흐린 날씨로 인해 야외 활동이 힘들어지면서 의욕 저하와 무기력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충고한다.
 |
| 장마로 흐린 날씨가 이어지면서 무기력함 등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사진은 관련 이미지. [사진제공=고려대 안산병원] |
배 씨처럼 ‘장마철 우울증’이 나타나는 이유는 일조량이 부족해지면서 활동량, 운동량까지 줄어 우울증에 취약한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장마 같은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며 “이 같은 불균형은 우울감, 무기력함, 의욕 저하, 불안감, 불면 증세 등을 보이는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을 단순히 날씨로 인한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증상이 2주 이상 지속 되고 일상생활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되면 우울증을 한 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한 교수는 “우울증은 날씨 외에도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 빈도가 높은 중ㆍ장년층의 경우, 평소 우울증에 관한 기저 질환이 없다고 하더라도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2년 52만8000여 명에서 지난해 약 57만8000여 명으로 5년 새 환자 약 5만명이 증가했다.
특히 여성 우울증 환자의 수는 약 38만명으로 전체 환자의 약 66%를 차지해 남성 환자(약 19만 명)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50대 여성 환자(7만6000여 명)가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와 70대 여성 순으로 나타났다. 중ㆍ장년층 여성의 우울증에 대한 취약성과 심각성을 방증하는 사례다.
한 교수는 “야외 활동이 부족한 장마철에는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실내 활동을 찾아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본인에게 적합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나 명상, 스트레칭, 음악 감상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울증 증상이 오래 지속되거나 심해지는 경우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ke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