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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초중고 시험에 오픈북 도입’ 논란…“창의성 향상” vs “불공정 시비만”
-조희연, 기자회견서 언급 …학교현장, 환영ㆍ우려 교차
-贊 “서술ㆍ논술형 평가 확대 시대적 요구…사고력 성장”
-反 “초ㆍ중등교육, 기초지식 쌓는 과정…하향평준화 우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조희연 서울특별시교육감이 ‘오픈 북(책을 꺼내놓고 보는 시험)’ 형태의 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는 발언을 두고 12일 학교 현장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창의적 수업을 실현하기 위한 획기적인 평가 방안이란 평가가 나오는 반면, 서열화된 입시 체제와 교사의 자율적 평가에 대한 불신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실현되기 힘든 이상적인 주장이란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조 교육감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개최된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창의적 수업을 위해 도입해 온 ‘질문이 있는 교실’이란 정책은 (시험 등) 평가방식을 혁신하기 어려운 한계 속에서 제한적으로 진행됐다”며 “수업혁신을 위해 초ㆍ중ㆍ고교 모든 시험에 오픈 북 형태 도입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교육감은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오픈 북 시험 도입을 포함한 과정중심 평가, 서술ㆍ논술형 평가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할 것”이라며 “교사의 평가 자율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꿔가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오픈 북’ 형태의 시험을 도입하기 위해 고민 중이라는 발언을 두고 학교 현장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학생들이 5지선다형 지필고사를 보고 있는 모습. [헤럴드경제DB]

이 같은 조 교육감의 발언은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전환, 고교학점제(고교성취평가제)와 맥을 같이한다는 게 서울교육청의 설명이다. 시험 방식이 학생들의 학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서울교육청은 평가 방법 개선을 위해 한 달 전 해당 TF를 만들어 연구 중이다.

학교 현장에선 환영과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일선 학교에서는 약 4~5년전부터 서술ㆍ논술형 평가를 하고 있는 학교들이 많으며, 학생들의 사고력이 크게 성장하는 경험을 해온 바 있다”며 “채점에 대한 오류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여러 교사가 교차 채점을 하는 등의 방식으로 평가의 공정성도 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서열화된 평가 체제는 교실 수업의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반드시 해소해야하는 문제”라며 “온라인 등에 존재하는 많은 지식을 검증하고 상호 토론해 조합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지금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오픈 북 시험 도입을 포함한 평가방법 혁신 구상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반면 한국교총 관계자는 “초ㆍ중등 교육과정은 보다 고차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기 위해 기초 지식을 쌓아나가는 과정”이라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여 사교육의 폐해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암기를 금기시해 학력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와선 안된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여기에 덧붙여 한국교총은 아이디어 차원에 머물고 있는 내용을 교육감이 직접 공개하는 것은 학생ㆍ학부모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평가방법이 달라지기 위해선 입시체제 변화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시내 B 고교 학부모 조모(47ㆍ여) 씨는 “대입에서 학생부 전형의 비율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정량적 비교가 불가능한 평가 방식이 도입된다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교사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는 구조가 만들어지는데 대한 학부모 불신의 벽을 쉽게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서울시내 C 고교 교사 김모(35) 씨는 “고교학점제(고교성취평가제)와 수능 절대평가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내신 및 수능에서 자신이 받은 등급에 따라 입학 가능한 대학이 달라지는 기존의 서열화된 대학 체계가 그대로 남아있는 한 한계를 뛰어넘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가기준을 두고 학부모들의 항의에 시달릴 것을 염려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시내 D 고교 교사 박모(54) 씨는 “대학 학점에 대해서도 항의가 이어지는게 한국 사회의 현실인데, 교사 개개인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현실속에 학생ㆍ학부모들로부터 항의에 시달리게 될까 걱정”이라며 “절대평가로 전환 예정인 수능을 비롯해 학점제나 성취평가제 등으로 전환될 것으로 알려진 고교 내신 모두 ‘자격고사화’ 되지 않는 한 학교 현장에서 학생 및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가시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서울교육청 평가혁신TF는 다음달까지 평가 방법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정책위원장은 ”오픈 북 평가로 대표되는 평가혁신을 전면 적용하는 것이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시간에 쫓기지 않고 부작용이 없도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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