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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한직업 편의점 알바②] 둘 곳 없고 냄새 나고…"빈병 몰려 일만 늘었죠"
-보증금 인상에 보관ㆍ반납 등 업무 늘어
-‘병파라치제’ 도입 후 거부땐 과태료까지
-무인회수기 108곳 불과…환경부 “대책마련중”

[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정부가 빈병 재활용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올해부터 빈병보증금을 대폭 인상했지만 도리어 빈병을 회수해야 하는 소매점만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년간 동결됐던 빈병 보증금은 올해 1월부터 인상됐다. 소주병(400㎖ 미만) 보증금은 기존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400~1000㎖ 미만)으로 올랐다.

[사진설명=빈병 보증금은 소주의 경우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의 경우 50원에서 130원으로 각각 올랐다. 소주병을 살펴보면 보증금 금액이 적혀 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빈병 보증금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점이라면 어디든 보증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접근성이 떨어지는 대형마트보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소형 편의점에 빈병 환급 요청이 몰리고 있어 편의점주나 아르바이트생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32) 씨는 “소형 편의점은 알바생 혼자 일하는데 한 번에 빈병 30~40병을 들고 오면 일일이 다 바코드로 찍어서 금액을 확인하고 현금으로 교환해줘야 한다”며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계산이 밀려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한 편의점에 일하는 성모(24ㆍ여) 씨도 “원룸 크기의 편의점에 빈병을 보관할 곳이 어디있겠냐”며 “물품을 보관하는 ‘백룸’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비좁아 빈 병을 둘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곤란한 것은 편의점 점주도 마찬가지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이모(45ㆍ여) 씨는 “1인이 하루 30병 이상 가져오면 초과분에 대해서 거부할 수 있지만 해당 매장에서 구매한 병에 대해서는 수량에 제한이 없어 모두 받아야 한다”며 “영수증을 체크하고 무거운 병을 다 옮겨야 하는데 일이 많은 편의점으로서는 힘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반 중 깨지기도 하고 매장 한켠에 모여있는 빈 병에서 술냄새가 나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또 다른 편의점주 양모(51) 씨는 “구청에서는 빈병 수거하면 취급 수수료 준다고 하는데 받아봐야 한병에 몇 십원이다”라며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편의점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빈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빈병 회수를 꺼리는 소매점이 많아 소비자와의 갈등이 잦아지자 지난해 7월부터 신고포상제도(일명 ‘병파라치제도’)를 시행했다. 빈병 반환을 거부하는 소매점을 신고하면 해당 소매점의 첫 적발 과태료(50만원)의 10%인 5만원을 포상하는 제도다.

환경부는 빈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국 대형마트 등에 무인회수기를 설치했으나 108곳에 불과해 여전히 편의점만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편의점이 접근성이 높아 찾는 사람이 많지만 공간이 협소해 빈병 보관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민원이 계속 접수돼 환경부는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장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동인구가 많은 대형마트 위주로 무인회수기를 우선 배치했지만 아직 동네 골목까지는 설치하지 못해 무인회수기 확대 보급을 위해 예산, 장소 등을 검토하고 있다”며 “수집소를 추가로 설치해 작은 규모의 소매점보다는 대형마트에서 빈병을 반환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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