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고점서 당분간 ‘단기적 조정’ 불가피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2400선 진입을 노리던 코스피가 ‘북핵 리스크’에 발목 잡혔다.
코스피 ‘사상 최고치’를 만들어 낸 주역인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팔자세로 돌아섰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가뜩이나 과열된 코스피에서 투자자가 빠져나갈 빌미를 제공했다고 봤다. 한국 경제와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상관 없이 당분간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은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929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지난 5월 말 이후 외국인 순매도 규모로는 최대치다. 지수도 전일대비 0.58% 하락했다. 이는 북한이 ‘중대 발표’를 예고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했다는 구체적인 내막이 전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시장은 흔들렸다.
이영곤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북한이 오전에 미사일을 발사한 후 오후 3시30분 중대발표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인 매도 규모가 증가했다”며 “장중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코스피의 낙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요동쳤다. 원ㆍ달러환율은 1150원을 넘어서며 지난 3월1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년물 국고채금리는 24bp 상승하며 지난 5월의 고점(1.73%)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에서 북한과 관련된 이슈는 부인할 수 없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거론돼왔다. 북한이 처음으로 핵실험을 실시한 2006년 10월9일 이후 북핵 리스크는 매번 시장에 단기적으로 충격을 일으켰다.
코스피는 2016년 9월9일 5차 핵실험(-1.25%)과 2016년 1월6일 4차 핵실험(-0.26%), 2013년 2월12일 3차 핵실험(-0.26%), 2010년 11월23일 연평도 포격(-0.79%), 2009년 5월25일 2차 핵실험(-0.20%) 등에서 변동성이 확대됐다.
다만, 무수한 학습효과를 거친 덕분에 지수는 이벤트 발생 후 대부분 10거래일 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도발은 코스피가 7개월 연속 상승해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나타났기 때문에 단기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 증시는 최근 2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이에 따른 경계감도 높아진 상태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증시에서 북핵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 자체는 이번에도 일시적인 이슈에 그칠 것”이라며 “다만 한국 증시 역사상 처음으로 7개월 연속 상승한 데다가 증시가 상승 모멘텀을 이어가기엔 에너지가 분산되는 시점에서 악재성 이슈가 터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양 센터장은 “각종 국내 변수와 실적 불확실성 등으로 차익 매물을 소화해야 하는 시기였다”며 “5% 전후로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며, 이 시기를 거친 후에는 건전한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금액을 넘어섰다”며 “저평가 논리가 약해지고, 재평가 근거가 필요한 시점에서 북한 리스크가 유입돼 이는 당분간 변동성을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정 기간과 그 수준은 향후 대북 제재와 압박 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CBM 발사 성공은 미 대륙 서부 일부지역까지도 타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오는 7일 G20 정상회담에서 북한 이슈를 주요 어젠다로 채택해 국제 사회에서 추가 조치가 취해질 경우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층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a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