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역사속의 ‘그날’ 을 뒤집어 생각하다
-KBS1 교양 ‘역사저널 그날’ 새단장
이익주 교수·임윤선 변호사등 영입
사실에만 접근하던 ‘시즌1’ 과 달리
정도전이 이방원 먼저 제거했으면…
주요사건 추론, 추리기법으로 풀어


KBS1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이 새로운 옷을 입고 다시 시작됐다. ‘역사저널 그날’의 스핀오프격인 ‘역사기행 그곳’이 방송되면서 잠시 휴식기를 가졌던 ‘역사저널 그날’은 진용을 새롭게 했다. 신병주 건국대 교수와 류근 시인, 개그맨 이윤석이 하차하고, 이익주 서울시립대 교수, 영화 ‘광해’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쳐스 대표, 임윤선 변호사가 새로 들어왔다. 기존의 최태성 역사교사는 계속 출연한다.

교양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KBS1 프로그램중에서는 시청층이 젊은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달 25일 오후 9시 40분 150회로 새롭게 첫 방송됐다. 우리 역사상 500년 왕조의 서막을 연 두 사람, 태조 왕건과 태조 이성계의 인물 개인적인 면과, 시대적 사명, 함께 했던 동지와 막아섰던 라이벌 등을 보면서 구시대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것의 의미를 파악했다.

이어 2일(151회)에는 조선 최고 권력자, 정도전 암살 미스터리를 다뤘다. 왜 이방원은 조선을 함께 연 재상이자 세자 이방석의 스승인 정도전을 죽여야만 했을까? 혹시 이방원이 정도전을 먼저 죽이지 않았다면 훗날 정도전이 이방원을 죽였을까? 이런 질문들을 던지고 계속 추론을 해가면서 토크를 이어가는 동안 인간의 심리, 마음 깊숙이 자리한 욕망을 마주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과거사지만, 얼마든지 지금 인간들에게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KBS1 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시즌2는 전편과 달리,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추리기법을 통해 나선형으로 풀어간다.

당시 정도전은 태조 이성계 다음의 권력 2인자였다. 그는 이방원을 우습게 봤다. 세자 책봉은 이방원은 아닌, 이성계의 둘째 부인 신덕왕후 강 씨 소생의 11살 막내 이방석이었다. 세자 책봉에는 당연히 조선의 설계자인 정도전의 입김이 작용했다. 뿐만 아니라 이방원이 가지고 있는 사병까지 해체하려 했다. 이방원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다가는 수족을 다 잘리고 무장해제 당하게 생겼으니, 정도전 일파(남은, 심효생, 장지화)에게 반역죄를 씌워 정도전의 목을 베어버렸다.

이처럼 ‘역사저널 그날’은 역사 속 인물들의 심리를 분석하며 ‘공감대’를 형성해낸다. 역사란 과거의 사람들 이야기이고 상황이지만, 실제의 시공간 속에 존재했던 사람과 상황이 만든 흐름이다. 그 인식을 토대로 상황을 상상하고 인물에 감정이입 해보면, 역사가 달리보인다.

임세형 제작본부장은 “욕망이 충돌해 분쟁과 갈등을 낳는다.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역사를 즐긴다. 역사에서 똑같은 욕망을 읽기 때문이다”면서 “내가 남의 욕망을 엿보는 걸 좋아하므로, 역사는 욕망 많은 사람이 남긴 이야기거나 또는 실패의 모습이다. ‘역사저널 그날’은 현재에서 욕망 많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과거 그런 곳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석 PD는 “시즌1이 개론서라면 시즌2는 심화서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어간다. 시즌1이 여러가지를 말했다면, 시즌2는 그 중 하나를 가지고 나선형으로 풀어간다. 임윤선 변호사는 법죄수사기법을 차용해 역사적 사건을 현대적인 추리 기법으로 푼다”고 했다. 이어 “시즌1은 대중화였다. 내부적인 목표는 청소년이 조금 더 역사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었다. 이제 현실과 역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다룬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역사토크의 성격은 학자나 전문가의 시선일까.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의 시선일까? 이에 대한 제작진(김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학자가 담론을 지배하는 것도 옳지 않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래도 안된다. 학자는 담론을 말하고, 일반인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말한다. 그것이 여기서 부딪치게 되는데, 그 중간쯤의 위치가 우리 프로그램의 성격이다. 그래서 서로 자극을 주고 받는다. 일반인이 자꾸 얘기하면 학자도 이를 의식하게 된다.”

특히 시즌2는 비교, 추리, 체험 등의 방식을 동원해 역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추리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조선사 전공이 아닌 학자(이익수 교수는 조선사 전공이 아닌 고려사 전공이다)를 출연시켜 다른 관점과 해석이 나오게 하면서 계속 추론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시즌2의 세가지 컨셉은 조선, 인물, 추리다. 왕을 다루더라도 왕의 시점이 아닌 동시대인 시점으로 한다. 시즌1에서는 정도전 살인사건을 전반적으로 설명했다면, 시즌2에서는 이방원이 왜 죽였을까? 개인적인 이유는? 정당한 이유일까?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추론해나갔다.”

‘역사저널 그날’은 항상 대중성을 고민한다고 했다. 김 PD는 “시즌1의 성공 이유는 그대로 유지한다. SNS 친숙한 사람에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다”면서도 “‘역사저널 그날’이 학교 교재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오류가 나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제작할 것이다. 역사의 현대적 의미와 역사의 대중화는 우리가 항상 신경쓰야 할 부분이다”고 강조했다.

역사는 현실과 연결고리를 갖게 된다. 이 연결고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역사를 왜곡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이에 대해 김 PD는 “역사를 우리나라 관점에서만 보는 게 객관적일까. 조선을 조선인의 시선으로만 보는 게 ‘국뽕’이 아닐까? 한발자국 떨어져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김 PD는 역사와 현실 문제에 대해 “역사를 보면서 현재를 떠올리는 건 중요하지만 역사는 현재와 맥락이 다르다. 그대로 대입하면 왜곡될 수 있으므로 환원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시청자들이 보고 참고할 게 많게 해야지, 제작진의 의도를 만들면 안된다. 역사가 프로파간다(선전)처럼 되지 않게 조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