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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말기환자에 완화치료 확산...한국도 당면문제
-환자 본인 의사·생활의 질 고려, 완화치료 선택지로 추가
-80세 이상 대상 약효검증 자료 없어 평균수명 등 자료 무의미


[헤럴드경제=김태열 기자] 의학적으로 정상적인 회복이 어려운 각종 질환에 대한 말기 환자나 고령의 노쇠한 환자에게 항생제 등을 이용한 적극 치료 대신 통증 완화 등을 위주로 하는 ‘완화치료’를 권장하는 일본 의학계의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완화치료는 암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나 고생을 완화해 주는 처치법을 가리킨다. 통증 제거 등을 위해 모르핀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호흡기학회는 지난 4월 사망자가 많은 폐렴의 새로운 진료지침을 발표했다. 나이가 많은 노쇠 환자 등에게는 폐렴 치료의 기본이 되는 항생물질을 적극 투여하기보다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치료를 선택지의 하나로 추가했다. 


폐렴은 암, 심부전을 포함한 심장질환과 함께 일본인의 사망원인 중 3번째다. 기본적으로 항생제로 치료한다. 하지만 노쇠나 말기 암 등으로 타액(침)과 음식물 등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발생하는 오연성 폐렴을 일으키기 쉬운 환자의 경우 신장장애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재발이 잦다.

새 지침은 간호(돌봄)가 필요한 고령자의 경우 먼저 오연성 폐렴 재발위험과 지병의 말기 여부를 판단한 후 해당하면 “당사자의 의사와 생활의 질(QOL)을 고려한 치료와 케어”를 선택하도록 했다. 지침 작성위원을 맡은 가와노 시게루 나가사키(長崎)대학 부총장은 “항생물질로 낫지 않는 환자도 최대한 치료하는 그동안의 관례는 오히려 환자를 고통스럽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심부전학회도 작년 가을에 마련한 제언에서 75세 이상 고령자의 만성심부전을 “암과 마찬가지로 죽음에 이르는 악성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말기에는 병원에 입원해 강심제 투여를 계속하는 치료법을 수정해 환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거나 완화 치료를 중심으로 삼도록 하는 내용을 지침에 포함시켰다.

학계의 이런 움직임은 정부가 말기 의료를 결정할 때의 원칙으로 제시한 2007년 지침이 배경이 됐다. 후생노동성이 마련한 지침은 적절한 정보제공을 토대로 환자 본인의 결정을 기본으로 삼도록 했다. 후생노동성의 지침이 나온 이후 각 학회가 위에 관을 삽입해 영양분이나 물을 공급하는 삽관 등을 말기 환자에게 적용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시작했다.

일본 임상구급의학회도 올해 들어 소생할 가망이 없는 말기 환자가 심박정지상태에 빠져 주위 사람이 119 신고를 한 경우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을 중지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과잉 의료”에 대한 비판이 학계의 이런 움직임을 부추기고 했다. 고령자 의료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2015년 기준 일본인의 평균수명은 남자 80.75세, 여자 86.99세다. 75세 이상 초고령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고령이 되면 지병과 장애가 몇 가지씩 되는 사람이 늘어난다. 약에 대한 신체의 반응도 달라지지만, 약의 효과 등에 대한 근거가 되는 데이터는 80세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게 거의 없다. 내용도 수명이 어떻게 늘었는지를 조사한 것들뿐이다.

일본 심부전학회 간부인 기무라 야스키(木原康樹) 히로시마(廣島)대학 부총장은 아사히(朝日)신문에 “이런 데이터들이 고령 환자에게도 맞는지, 안 맞는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재택의학회의 히라하라 사토시 부대표도 “고령자는 여러 가지 질환이 연쇄적으로 악화된다”라면서 “하나의 질병만을 고려해 치료하는 의학은 한계에 왔다”고 지적했다.

물론 “말기”라는 이유로 완화치료에 지나치게 치중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심부전 등의 만성질환은 암에 비해 병의 진행상태를 알기 어렵기 때문에 위독한 상태에 빠졌을 때 치료를 통해 소생할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

히라사와 부대표는 “치료와 완화, 재활의 균형을 맞추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노년의학회도 2012년 고령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의료를 받지 못하는 차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kt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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