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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주류의 정직한 도전…맥주 지각변동 불렀다
-맥주 1ㆍ2공장에 총 9100억원 투자
-M&A 아닌 직접투자로 일자리 창출
-국부유출 막고 지역경제 발전 일조
-클라우드 이어 피츠도 매출 순항중
-이재혁 식품BU장 “둘 합쳐 올 1600억”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지난 1999년 ‘카스’를 만든 진로쿠어스가 매물로 나왔을 때 롯데는 입찰에 참여했다.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은 핵심 신사업이자 오랜 숙원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베브에서 KKR로 주인이 바뀌었다가 다시 매물로 나온 OB맥주 인수전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대부분의 업계 관계자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 이는 롯데가 인수합병(M&A) 대신 직접 맥주를 제조, 판매하는 그린필드 방법을 택한 결과다. 당시 국내외 대다수 주류업계는 “롯데가 무리한 도전을 했다”는 반응과 함께 “전세계적으로 M&A 과정없이 그린필드로 사업을 시작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놀라워했다. 

6월 출시한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은 “M&A를 검토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OB맥주를 인수하는 방안은 결국 외국계 펀드로 투자되는 것이므로 국부 유출이라 판단했다”며 “M&A 거래금액을 대신 국내에 투자하고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제고해 국가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생각해 직접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롯데가 맥주사업에 본격적으로 첫 발을 뗀 것은 2012년이다. 국세청으로부터 주류 면허를 획득하고 충주시와 맥주공장 설립에 관한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으로 맥주 제조에 나섰다. 롯데가 맥주를 개발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기존 국산맥주에서는 볼 수 없는 ‘깊고 풍부한 맛’이었다. 당시 영국의 칼럼리스트 다니엘 튜더가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쓴 글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 맥주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에 의해 시작돼 자연스럽게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가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은 발효 원액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는 방식으로 맥주 본연의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독일, 영국, 북유럽 등 정통 맥주를 추구하는 나라의 프리미엄급 맥주가 채택하고 있는 공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산성이 좋은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카스’가 출시된 뒤 한국 맥주는 ‘하이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로 전환됐다. 하이그래비티 공법은 높은 알코올 도수로 발효해 병입 과정에서 추가로 물을 타는 방식이다.

맥주는 과거부터 맛과 원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술이다. 지난 1516년 4월23일 독일 바이에른공국 빌헬름 4세는 맥주에 맥아, 홉, 물, 효모 이외의 원료를 넣지 못하도록 하는 양조 법령 ‘맥주 순수령’을 선포했다. 이에 롯데주류는 다시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채택했고 맥주 순수령도 지키며 유럽의 정통 맥주 스타일을 구현하고자 했다. 

클라우드와 맥주순수령.

이렇게 출시된 롯데주류의 첫번째 맥주는 알코올 5도의 ‘클라우드’다. 클라우드는 국내 라거맥주로는 유일하게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으로 만든 맥주다. 유럽산 최고급 호프를 제조과정에서 순차적으로 투입하는 ‘멀티 호핑 시스템’을 적용해 국산맥주와 차별화된 맥주와 거품, 풍미를 선보였다.

클라우드는 ‘맥주순수령’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한 100% 올 몰트 맥주(All Malt Beer)이기도 하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가 맥주의 순수성과 정통성을 표현한 의지를 담아 ‘맥주순수령’이 선포된 날과 같은 날짜인 2014년 4월23일을 출시일로 선택했다.

‘클라우드’는 출시 100일 만에 2700만병, 6개월 만에 6000만병, 2년 만에 3억2000만병이 판매되며 프리미엄 맥주로 인정받았다. 2015년에는 5만kl 규모의 맥주공장을 10만kl로 증설하며 시장 확보에 힘썼다.

롯데주류는 ‘클라우드’로 프리미엄 맥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뒤 올 6월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를 출시했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알코올 도수 4.5도의 라거 맥주로 공법와 원료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만든 맥주다. 지난해 9월부터 약 1500여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총 10차례의 시음 테스트를 진행하며 최종 레시피를 확정지었다.

‘피츠 수퍼클리어’가 추구하는 맛은 ‘끝까지 깔끔한 맛’이다. 맥주 발효시 온도 관리를 일정하고 견고하게 유지하지 못하거나 좋은 원료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이미(異味)’, 일명 잡미를 없애고 최적의 깔끔함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고발효 효모인 ‘수퍼 이스트(Super Yeast)’를 사용해 발효도를 90%까지 끌어올려(일반 맥주 발효도 80~85%) 잔당을 최소화해 ‘피츠 수퍼클리어’만의 깔끔한 맛을 구현했다. 또 ‘클라우드’에 사용한 공법인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그대로 적용해 롯데맥주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롯데주류는 이번 신제품으로 맥주시장에서 여전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스탠더드 시장(국내 맥주시장의 약 60% 추정)에 본격 진입, 프리미엄 시장과 스탠더드 시장을 모두 가져가며 향후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지난 2015년 착공한 맥주 제2공장은 올 7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맥주 공장은 완공 후에도 기계 안정화를 위한 시운전 기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제품 안정화를 위해 ‘피츠’는 1공장에서 우선 생산하며, 설비가 안정화되는 다음달부터 대량생산을 진행할 계획이다. 롯데주류는 제2공장에만 7000억원, 1ㆍ2공장을 합하면 총 9100억원을 투자했다. 1ㆍ2공장의 생산량은 총 30만kl에 달한다.

이재혁 롯데그룹 식품BU장은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에 이어 스탠더드 맥주 ‘피츠’의 출시로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1단계는 완성됐다”며 “올해 매출 목표량은 클라우드 900억원, 피츠 700억원으로 연 16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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