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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흉악범 신상은 털어도 된다?②] 인천 초등생 살해범, 신상공개 못하는 까닭
-미성년자에 정신병력 있어 공개 제한 대상
-찬성측 “공개해야 지능화되는 소년범 차단”
-반대측 “무죄추정ㆍ과잉처벌금지 원칙 위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인천 8세 여아 유괴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모(17)양과 박모(19)양의 신상이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신상을 공개했어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이들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받더라도 30대에 사회에 복귀할 수 있기 때문에 성범죄자와 같이 신상을 공개해 추가 범행을 막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들이 미성년자인데다 김 양의 정신질환 치료 병력이 있어 신상공개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양이 잔혹한 수법으로 초등학생을 유괴,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해 유기하고 박양이 이를 교사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죗값을 덜 치르려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애초에 수사 과정에서 신상을 밝혔더라면 우리가 불법적으로 신상을 유출할 일도 없다”고 말한다. 

인천 8세 여아 유괴 살해 사건의 피의자 김모양과 박모양에 대해 경찰이 신상공개를 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지만 김양의 경우 미성년자인데다 정신과 치료 병력이 있어 신상공개 제한 대상에 해당돼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선 갈수록 지능화되는 소년범을 막기 위해 미성년자도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측은 피의자 신상공개 자체가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본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현재 수사중인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기 위해서는 각 지방경찰청에 설치된 신상공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신상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제8조의 2에 따라 살인ㆍ약취유인ㆍ인신매매ㆍ강간ㆍ강제추행ㆍ강도ㆍ조직폭력 범죄 중 사회적 파장이 크고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 대해 신상공개위원회 의결에 따라 공개한다는 것.

경찰청은 신상 공개에 일관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잔인성(사체훼손ㆍ토막 등) 및 중대한 피해(사망ㆍ중상해) ▷충분한 증거 ▷공공의 이익(알권리ㆍ재범방지ㆍ범죄예방) 3개 유형으로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공개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다.

이같은 기준에 따르면 김양은 신상을 공개할 대상에 해당한다. 그러나 인천경찰청은 김양에 대한 신상공개위원회를 열지 않았다. 김양이 만 17세의 미성년자이기 때문. 특강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의 경우 범죄자라는 낙인 효과를 막고 교화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다.

게다가 김양의 가족은 “딸이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며 정신병력을 강조했다.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범죄인 경우 처벌 대상임과 동시에 치료 대상임을 감안해 일반 피의자보다 신상공개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상공개위가 설치된 이래 지금까지 정신병력이 있는 경우 신상이 공개된 적이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규정에 대해 이웅혁 건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들어 소년범 범죄가 지능화 치밀화되고 심지어 이같은 규정에 대해 잘 아는 미성년자들이 법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제대로 받지 않으려는 경우도 있어 제도 기본 취지가 무색해졌다”면서 “낙인 효과 방지보다 범죄 억제효과 상쇄되는 측면이 큰 만큼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의자의 신상 공개 자체가 위헌적이라는 반론도 있다. 민변은 2016년 인권보고서에서 “법원의 최종적인 판단을 받지 않은 피의자에 대해 검사나 경찰관이 명확하지 않은 법 상 요건을 바탕으로 신상 공개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며 “이는 무죄추정과 적법절차의 원칙, 이중처벌의 원칙, 과잉 처벌 금지의 원칙 등에 반해 헌법 위반의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공개제도 시행 이후 성범죄 발생 건수가 2000년 6855건에서 2007년 8732건으로 증가한 만큼 추가적인 범죄를 예방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게 민변의 주장이다.

이같은 입장에 따라 민변은 신상공개의 근거가 되는 특강법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 대해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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