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화의 소재는 주로 공상과학(SF)이나 범죄 스릴러, 호러 장르가 많았는데, 급하게 만들다 보니 황당한 설정과 말도 안 되는 스토리, 어설픈 연기, 엉성한 만듦새가 티가 났다. 그러나 관객들은 오히려 B급 영화만의 특징을 ‘매력’으로 받아들였고, 급기야 B급 영화만의 마니아와 팬덤까지 생겨났다. 독특한 매력의 영화는 곧 뮤지컬로 재탄생했고 스크린을 넘어 무대를 장악했다.
‘B급’을 표방하는 뮤지컬 두 편이 올 여름 국내 무대에 올랐다. 먼저 뮤지컬 ‘록키호러쇼’<사진>는 1973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후 1975년 영화로 제작됐으나 당시 흥행에 참패했다. 그러나 미국 뉴욕의 한 극장에서 심야 상영을 시작하면서 ‘괴상한 SF 호러 영화’에 대한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후 전 세계에서 사랑받았다. 뮤지컬로는 국내에 2011년 처음 소개된 이후 네 차례 재공연됐고, 지난달 9년 만에 귀환했다.
다양한 호러, SF 영화를 패러디해 만든 극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는 양성 과학자, 음산하고 이상한 외계인 남매, 조각 같은 몸매의 인조인간 등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가 등장해 황당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작품의 특징은 관객들을 극에 참여하게 하는 ‘콜 백(Call Back)’을 활용한다는 것인데 신문지 머리에 쓰기, 무대로 빵 던지기, 고무장갑 끼고 흔들기 등을 통해 공연을 관람하는 것을 넘어 ‘체험’하도록 한다.
또 다른 B급 뮤지컬 ‘이블 데드’ 역시 2008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돌아와 지난 24일 개막했다. 200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연된 작품은 B급 저예산 공포영화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의 영화 시리즈 중 1~2편을 뮤지컬로 옮긴 것이다. 친구들과 산으로 여행을 떠난 ‘애쉬’가 우연히 좀비와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총, 도끼, 전기톱 등 무기와 악령을 깨우는 주문 등이 등장하고, 무엇보다 무대와 가장 가까운 ‘스플래터(Splatter)’ 석에 앉으면 피가 한가득 튀기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해당 좌석 관객에게는 우비를 제공해 피를 뒤집어쓰게 하는 등 ‘코미디 좀비 호러 뮤지컬’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한다.
소재와 장르가 B급일 뿐 작품을 만드는 제작진과 무대에 서는 배우들은 실력파로 구성됐다. 전형적으로 잘 만든 A급 뮤지컬이 아닌 신선함과 파격을 원하는 관객이라면 극장을 찾아도 좋겠다.
뉴스컬처=양승희 기자/yang@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