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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서비스가 그 서비스…‘간판’ 떼면 모를 은행들
신상품 베껴 시장진입 수두룩
창업·부동산자문 등 천편일률


자산가 A씨는 상가 투자를 하려고 부동산 자문 서비스로 유명한 B은행으로 주거래은행을 바꾸려다 발길을 돌렸다. 수년 전부터 거래하던 주거래은행에도 최근 부동산 자문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거래은행이 B은행처럼 PB(프라이빗뱅커)센터에 부동산 및 세무 전문가를 상주시켜 A씨를 살뜰히 챙기는 것을 보면서 굳이 세간의 평판을 좇아 은행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사 서비스라도 돈이 되면 뭐든 가져다 쓰는 행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례없는 저금리 상황이 지속하면서 수익이 좀 나거나 화제성이 있다면 상도의(商道義) 없이 경쟁사의 서비스나 상품을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것이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주택담보대출하기 좋은 은행’ ‘외환거래에 특화된 은행’ ‘대기업 여신을 잘하는 은행’ 등 은행마다 특화된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어떤 은행이든 고객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거의 비슷해졌다. ‘간판’을 떼면 어떤 은행 서비스인지 헷갈릴 정도다.

일례로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은행들은 경쟁적으로 소상공인 지원센터, 창업 아카데미 등을 경쟁적으로 만들었다.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아직 직접적인 대출규제가 없는데다 새 정부의 태도가 온정적이다 보니 가계대출을 대신할 수익 창출원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KB금융이 지난해 소상공인 지원센터를 금융권 최초로 개소하자 신한은행도 자영업 사관학교를 열었고, 우리은행은 프랜차이즈 창업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하나은행과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 등과 협약을 맺고 대출 지원에 나섰다.

최근 PB센터의 수익성이 정체 현상을 보이자 은행권은 하나같이 부동산 연계 서비스와 연예인ㆍ스포츠스타 등 특화 자산관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신한은행이 대한상공회의소에 ‘부동산투자자문센터’를 열었다고 공개하자 국민은행이 PB센터내 부동산 자문센터 입주 및 부동산 종합 플랫폼을 오픈했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우리은행이 강남센터 내에 부동산 컨설팅 센터를 만들면서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의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셀럽센터를 개설하자 하나은행은 세무사, 변호사, 부동산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스포츠스타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 전담팀을 개설하며 맞불을 놓았다.

물론 은행권 서비스도 특허청에 BM(비즈니스모델) 특허를 내거나 은행연합회에 우선판매권을 신청하면 서비스나 상품의 독창성 정도에 따라 최대 6개월간 판매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들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실제로 우선판매권을 받은 상품은 제도가 도입된 지난 2001년 이후 15년간 불과 7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권의 서비스나 상품이 상당히 베끼기가 쉽다”며 “심지어 경쟁사의 신상품에 대해 시장이 형성되는지 살펴보고 시장진입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업이 규제산업이다 보니 독창적으로 새로 시도하려면 금융당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며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 시도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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