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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ㆍ25전쟁 67주년…‘철원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헤럴드경제=(철원)홍태화 기자] 6ㆍ25가 발발한지 67년, 철원의 군인에게 전쟁은 끝난 적이 없었다. 피가 강물을 이뤘던 피의 능선에 나무가 자라나고, 포탄 수십 만발이 떨어진 백마고지에 더 이상 탄흔이 보이지 않아도 말이다.

지난 20일 황태원 중령은 6ㆍ25 67주년을 앞두고 군 부대를 방문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철원 평화 전망대에서 “아군 사상자는 1만 5000여명에 달했고, 중공군 2만여명 사망했다”며 피의 능선을 가리켰다. 이어 그는 “김일성이 전투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그럼에도, 철원 평야를 빼앗지 못하자 식음을 적폐하고 슬퍼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에 억류됐다가 집에 돌아온 오토 웜비어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린 직후였다. 중령의 말에선 긴장감이 느껴졌다.

포성이 다시 백마고지와 철원에 울려 퍼질 것만 같은 상황이다. 서울에서 헬기를 타고 1시간이 채 안 걸려 온 철원이었지만, 웜비어 사망이 미친 영향은 전혀 달랐다. 황 중령을 비롯한 군 관계자들은 실내에서도 방탄모를 벗지 않았다.
   

황 중령은 전망대 중앙 창가 쪽 북한의 GP를 가리켰다. “보이실지 모르겠으나, 총격은 저곳에서 다 이뤄진다. 저곳이 열리는지 아닌지 감시장비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표적 하나, 하나를 대응사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작은 움직임, 조그마한 도발 징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즉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들은 박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안심시키는 말도 수시로 강조했다. 다양한 ‘과학화 장비’를 설명하며, 북의 도발엔 즉각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을 이어갔다. 황 중령은 “철책선 상에는 근거리 무기도 설치돼 있고 감시체계와 연계해 다양한 타격을 할 수 있다”며 “중거리 무기를 이용해 적 거점도 타격할 수 있다”고 했다. 옆에 앉은 이진형 소장도 손짓을 동원해 연신 설명을 거들었다.
  

그런 노력의 결과일까. 진지한 브리핑이 끝에 농담도 오갈 수 있었다. 박 비대위원장이 보성이 고향이라고 한 황 중령을 향해 “보성 사람들이 아주”라고 하자, 황 중령은 “맞다. 똑똑하다”고 답했다. 발표 내내 진지했던 군인의 입가엔 그제야 웃음이 번졌다.

강인한 군의 경계 태세가 정치인과 만나니 헤프닝도 있었다. 백마고지 위령비 참배를 마친 한 의원은 위령비로 가는 계단에서 ‘파이팅’ 포즈로 사진을 찍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그러자 군 관계자는 “위령비 앞에서 파이팅을 하는 것은 조금 (그렇다)”고 답했다. 결국, 사진 촬영은 포즈 없이 이뤄졌다.

사진을 찍고 난 뒤, 계단엔 국민의당 방문자들을 위한 음료가 준비돼 있었다. 의원들은 한 손에 컵 하나씩을 들고 이동했다. 옆에 있는 이 소장은 맨손이었다.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군복에 헬멧까지 차려입은 이 소장이 안타까웠던 듯, “음료수를 하나 마시라”고 권유했다. 그러나, 이 소장은 “군복을 입고 있다”며 사양했다. 이에 박 비대위원장도 미소를 짓고 더 권유하지 않았다.

이날 일정의 마무리 즈음에 박 비대위원장은 장병에게 웜비어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웜비어 사망엔 북한의 혹독한 고문과 노동이 있었다고 여겨진다”며 “미국이 분노했기에 돌발 상황의 가능성이 있다.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6ㆍ25가 발발 한지 67년, 철원의 전쟁은 계속 되고 있었다.

th5@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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