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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이 더 바쁜 청춘들①] “재충전이요? 알바ㆍ취업준비 지옥문이 열립니다“
-청년실업증가율 OECD 1위…‘방학에 휴식’은 사치
-여름방학 계획 1ㆍ2위가 아르바이트ㆍ취업준비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대학 4학년생 박종준(27) 씨의 여름방학은 학기 중보다 더 바쁘고 정신없다. 말로만 ‘탈(脫)스펙 시대’인 현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다. 해외 교환학생에 만점 수준의 어학시험성적, 대기업 인턴경력 등을 늘어놓고도 내세울만한 스펙이 없다고 말하는 각종 합격 수기를 볼 때면 할 일이 앞으로 태산 같다는 생각만 든다는 것이 박 씨의 설명이다.

매일 오전 7시 30분이면 학교 도서관에 자리를 잡는 박 씨는 쌓아도 쌓아도 끝이 없는 어학점수 따기는 물론이고, 한국사ㆍ한자 능력 시험 준비, 컴퓨터 자격증 획득을 위한 공부 등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박 씨는 미국 기관에서 인증하는 금융관련 자격증 공부를 올해부터 시작하면서 공부에 대한 강도를 한껏 끌어올린 상태다. 

대학생들의 방학에서 '로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지는 오래됐다. 재충전이나 여행, 휴식은 그림의 떡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헤럴드경제DB]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불구하고 사상 한여여름 한여름 불볕더위에도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이 대학가를 얼어붙게 만든 상황에서, 방학을 맞이한 대학생들에게도 재충전이나 한가로운 여행, 휴식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22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4월 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 8.7%에 비해 2.5%포인트 상승해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OECD 회원국 중에 전 분기 대비 청년층 실업률이 상승한 국가는 한국을 포함, 오스트리아(10.2→10.5%), 이스라엘(6.8→7.1%), 독일(6.6→6.8%), 일본(4.8→5.0%) 등 5개국 뿐이다. 특히 한국의 청년층 실업률 상승 폭은 압도적으로, 2위 국가의 8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이니 대학생들은 방학조차 반납한 채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과 함께 대학생 3282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계획’을 주제로 설문조사(복수응답)한 결과 아르바이트가 68.1%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취업준비가 42.7%로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전공 자격증 취득 및 지식 습득(37%), 자격증 취득(32.1%) 등 취업과 연관된 일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대학생활의 로망’이라는 국내외 여행을 계획한 사람은 4명당 1명꼴인 24.3%에 불과했다. 

이 같은 모습은 학년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 중 1학년을 살펴봤을 때 아르바이트가 92.1%의 응답률을 얻으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그 뒤를 자격증 취득(40.6%)이 따랐다. 국내외 여행은 40.1%로 3위에 그쳤다. 2학년은 아르바이트가 87.6%로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취업준비가 40.2%에 이르며 이른 시기 취업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요즘 대학생들의 세태를 보여줬다. 본격적인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3학년은 81.2%로 1위를 차지한 취업준비의 뒤를 전공 자격증 취득(36.6%)이 아르바이트(33.3%)를 제치고 뒤따랐다. 4학년은 취업준비가 97.5%로 압도적이었다.

서울시내 4년제 대학 2학년생 고은성(21ㆍ여) 씨는 “방학은 이미 대학생들에게 재충전이나 휴식의 기능보단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돋보일 수 있는 자신만의 히든카드를 만들어 내는 기간으로 바뀐 듯 하다”고 했다.

한 대학교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공부에 열중이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 [헤럴드경제DB]

대학생들 가운데 방학 중 학교에 등교하겠다는 학생들도 27.1%에 이르렀다. 특히, 등교계획을 세운 대학생의 70% 이상이 ‘주3회 이상 등교’라고 밝혔다. 대학 3학년생 김문영(24ㆍ여) 씨는 “졸업에 필요한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매년 방학때마다 계절학기를 수강하다보니 방학때 학교를 나오지 않고 온전히 쉬어본 적은 없다”며 “계절학기 수강 이외에도 취업준비를 위한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스터디 등에 참석하다보면 학교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취업을 위한 필수 관문으로 여겨지는 인턴에 지원하기 위해서도 스펙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보니 이를 준비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는 대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졸업이 임박한 4학년의 경우엔 56.6%가 여름방학 중 학원 수강 계획이 있었고, 전체 학년의 경우에도 10명 중 4명꼴로 이처럼 답했다.

학원에 다니는 이유로는 어학능력 자격증을 위한 것이 많았다. 토익ㆍ토스ㆍ오픽 등 영어학원이 57.8%로 1위를 차지했고, 전공 자격증 취득학원도 24%로 바로 뒤를 따랐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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