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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금융권력이 준비하는 ‘비밀작전’은?
-‘화폐의 몰락’저자 리카즈의 조언
‘그 날’이 오면 ATM 등 시스템 동결
2008년 금융위기, 역대급 지진 ‘전조’
금·달러 부족 中신용위기는 첫 징후
금·그림·토지 포트폴리오 구성해야


“세계 금융 권력은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대담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지금 현금과 금을 비축해두고 위기가 닥치면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 시스템을 봉쇄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폭탄 발언을 한 이는 ‘화폐의 몰락’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경제예측가인 제임스 리카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정책입안자들은 놀라운 계획을 준비하고 있으며, 곧 닥칠 금융공황에 대비해 과거 돈을 최대한 찍어내는 방식과 달리 시스템을 동결할 것이란 얘기다.

리카즈는 최근 저서 ‘은행이 멈추는 날’( 원제:The Road to Ruin, 더난출판)에서 다음 위기에 대비해 세계 금융 권력이 비밀리에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상세히 들려준다.


리카즈는 2014년 뉴욕공공도서관에서 있었던 국제금융 강연 뒤 만난 블랙록의 관계자의 얘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위기가 오면 유가증권을 매각하지 말라고 전화로 지시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자산운용사로 블랙록에 묶여 있게 될 돈은 고객의 자산일 뿐이다. 여기에는 중국 국부펀드 CIC 등 세계 최대 기관투자자가 맡긴 자금이 들어있다. 따라서 동결 조치는 중국 등의 자산을 동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저자는 “증권거래소를 폐쇄하고, ATM작동을 중지하며, MMF를 동결하고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며 현금인출을 거부하는 데는 단 몇 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2년 키프로스 은행위기와 2013년 그리스 국채위기 당시 현금지급기 작동은 중단됐다.

저자는 이를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에 나오는 아이스나인이란 허구의 물질에 비유한다. 아이스 나인은 물분자를 재배열한 물질로, 녹는점이 45.8도로 상온에서 얼어붙는다. 또 아이스나인 분자가 물 분자와 접촉하면 물은 즉각 아이스나인으로 변한다. 즉 아이스나인이 주변에 있는 물 분자를 얼음으로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듯 금융공황도 같은 양상으로 번져나간다는 것이다.

저자는 1998년과 2008년의 금융위기를 지진의 전진현상으로 본다. 불안정성으로 축적된 에너지가 모두 방출된다면 인류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단층선은 다름아닌 유동성이다.

저자는 금융위기 징후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우선 금 부족이 가속화하면서 주요 은행이 실물 금을 인도하지 못하는 상황이 알려지는 것이다. 금을 증서 형태로 소유한 사람들이 일제히 실물 금을 요구하고 나서면 중개업체가 인도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희소한 실물 금을 끌어모으는 통에 금값은 폭등하게 된다. 금융회사들이갑자기 금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 들고 마침내 아이스나인 즉, 실물금 거래가 봉쇄된다.

금 공황이 일시적으로 억제된다 하더라도 시장의 안정성은 흔들리게 된다. 현재 금은 원자재 가격으로 책정돼있지만 향후 화폐가치가 부여돼 1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게 저자의 예측이다.

금 뿐 아니라 달러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하다.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부실 채권이 부도나면 달러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채권과 신흥국의 달러 표시 회사채는 부도율이 10퍼센트라도 수조 달러 이상의 대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신용위기도 징후 중 하나. 중국은 2009년부터 2016년 사이 부정부패와 낭비적 지출로 10조 달러 이상 허비했는데 중국인민은행이 금리조작과 지급준비제도로 이를 교묘하게 감추는 동안 부실채권 문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세계금융권력이 최근 금융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낡은 경제이론을 고집하고 있는 탓으로 돌린다.

일반균형이론, 합리적 기대이론, 효율적 시장 가설 등의 전통적인 경제이론은 시효를 다했으며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한 복잡성 이론과 베이즈 통계학 등 최신 이론으로 위기의 국제 금융의 현실을 매우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개인들은 금, 그림, 토지 등 전통적인 3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고 조언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펠릭스 소마리라는 우리에겐 낯선 인물을 소개한다. 세계1,2차 대전의 발발과 대공황을 예견한 인물로, 그의 별명은 예언자를 의미하는 ‘취리히의 까마귀’였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 정책결정자들은 통화정책에 관한 자문을 구하고자 줄을 섰지만 그의 조언은 정치적인 이유로 빛을 보지 못했다.

리카즈가 그를 소개한 건 스스로 ‘21세기 까마귀’를 자임했다는 말이 된다.

리카즈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오늘날 어느 한 지역에서만 국한하는 사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것이든 초기 조건에 따라 세계적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위기에 대비할 것을 조언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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