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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생자는 좋은 평판 왜?…이타적 행동 뇌과학적 분석
2001년 일본의 한 기차역에서 낯선 사람을 구하기 위해 기차에 몸을 던쳐 자신을 희생한 고 이수현씨,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사건, 층간 소음으로 다툼 끝에 이웃을 살해한 사건의 공통점은?

이 셋은 너무나 동떨어진 사건으로 보인다. 자기 생명을 희생한 이수현씨는 이타주의의 모델로 받들어지고, 나머지 둘은 안하무인 자기 중심적인 인물로 사회적, 법적 판단 아래 댓가를 치렀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놀랍게도 이 셋의 행동의 동기를 하나로 본다. 바로 인정욕구가 시킨 일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이수현 씨의 경우, 1초도 채 안되는 그 잛은 시간에 사회적 평판의 가치를 계산을 했다는 말이 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이런 경우 생존에 유리한 이타적 행동전략이 오랜 경험을 거쳐 자동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은 인정욕구가 부른 ‘인정중독’에 가깝다. 김 교수는 ‘이타주의자의 은밀한 뇌구조’(갈매나무)에서 뇌에서 보상을 추구하고 회피하는 의사결정의 메커니즘을 통해 우리의 선택과정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으려는 동기와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흔히 자신의 욕구보다 타인을 우선시하는 것이 이타적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저자는 상식을 뒤집는 정반대의 연구결과들을 소개한다.

한 예로 이타적인 행동의 진화적 이점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대학생들을 세 명씩 그룹을 지어 물통을 맞히는 게임이다. 게임의 규칙은 팀에서 뽑힌 한 명이 물이 담긴 통 밑에 앉아 있고, 같은 팀의 동료가 공을 던져 타깃을 맞히면 물이 담긴 통이 뒤집어지면서 물을 뒤집어쓰게 된다.

높은 점수를 얻는 팀에게는 더 많은 상금이 주어진다. 단, 각 팀에서 선택된 한 명은 거의 항상 자신을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게임이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가장 높은 공헌을 한 사람을 지명하게 한다. 그 결과, 참가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건 희생자 역할을 한 동료였다. 그 동료는 가장 높은 선호도와 가장 높은 상금 배당금과 함께 다음 실험에서도 같은 팀 동료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이 연구결과는 이타적 행동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이득을 주는 전략적 행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타적 행동은 자신의 능력과 이타적 성향을 과시하는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가 될 수 있다. 또한 이런 비싼 신호를 사용한 개체일수록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개인이나 기업 차원에서의 기부 역시 그 동기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이타적 동기에 대한 자기 인식이다. 교육, 정책, 환경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바라볼 때 에도 인정욕구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진정한 자아를 추구하는 자기인식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정욕구와 이타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합리적인 방향을 추구할 때, 의사 결정 과정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것이란 얘기다.

저자의 이타성에 대한 뇌과학적 분석은 기존의 통념, 도덕적 행동에 대한 생각을 흔들어놓는다. 자기기만의 실체를 인식하고 베일을 걷어낼 때 본질에 더 제대로 다가갈 수 있다는 철학적 통찰이기도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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