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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에나 나올법한 장면들로 가득”…미국이 충격에 빠지다
코미측 정보위에 先공개 요청
작심하고 트럼프에 맹공 퍼부어

CNN “코미가 핵무장 했다”표현
사법방해 논란 불붙을듯
트럼프 취임5개월래 최대 위기

제임스 코미 미국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이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핵폭탄을 투하했다. 그는 지난 4개월간 트럼프 대통령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전격 공개하면서 “충성맹세를 강요받았다”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중단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마치 완성도 높은 소설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증언에 미국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다.

▶“충성맹세 강요, 플린 수사중단 외압” 확인=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등에 따르면, 코미 전 FBI 국장은 청문회 하루 전 트럼프 대통령과 9차례에 걸친 1대1 대화에서 상세한 묘사가 담긴 증언록을 전격 공개했다. 문서는 미 의회 상원 정보위원회의 홈페이지에 공개됐으며 지난 1월 6일 첫 만남 이후 4월 11일까지 주요 만남에서 7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의 증언을 쏟아냈다. 미 인터넷 경제매체 쿼츠는 ”이 문서는 마치 중편소설 같고, 영화 ‘대부’에 나올법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코미는 증언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27일 만찬에서 ‘FBI 국장으로 남아있길 바라느냐’는 질문을 하자 “일종의 비호 관계(patronage relationship)를 만들고자 한다”고 느꼈다고 썼다. 코미는 이날 “나는 정치인들의 용어로 치면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충성이 필요하다. 충성을 기대한다”고 충성맹세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리버타운 마리나에서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힌 뒤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사진 왼쪽 위)이 자신의 수사개입 사실을 폭로하면서 최대 위기에 놓이게 됐다. 작은 사진 아래는 코미 전 FBI 국장이 이날 상원에 제출한 서면 증언. [워싱턴=EPA·AFP연합뉴스]

그는 또 증언록에서 2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에 대한 수사중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사법방해죄에 해당하는지를 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코미는 전례 없던 대통령과의 만남이 부적절하다고 느껴 첫 만남 이후 이를 상세히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9차례에 걸친) 이런 식의 만남은 오바마 정부에선 없던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딱 2번 접촉했는데, 한 번은 2015년, 나머지 한 번은 2016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마지막 인사를 위한 것”이었다고 썼다.

코미는 1월 6일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자와 만나고 헤어진 직후 FBI 차량에 탑승해 노트북을 꺼내 내용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4개월간 9차례 1대 1 대화를 했으며, 3번은 대면, 6번은 전화통화를 했다고 밝혔다.

▶청문회 하루 전 증언 공개, 왜?=코미는 청문회 당일 핵심 증언을 쏟아낼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청문회 전날 내용을 모두 공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코미 측 대리인이 정보위에 제출한 증언록의 선(先) 공개를 요청했고, 이를 위원회가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전문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상세한 묘사가 담긴 증언록의 공개는 8일 진행될 현장 청문회에서 코미 측에 큰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은 미리 나온 코미의 증언이 ‘극적인 디테일(세부묘사)’을 완벽하게 그려놓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에 반박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쏟아낸 일명 ‘코미 메모’ 보도가 코미의 입을 통해 사실로 입증된 것으로, 미 언론들은 8일 청문회 이후 파장에도 집중했다.

CNN은 ‘코미의 폭탄선언(Comey’s Bombshell)’이 백악관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크리스 칠리자 CNN 선임 에디터는 “코미가 핵무장했다(went nuclear)”고 이번 사태를 표현했다. 그는 “코미의 증언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공들여온 해명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면서 “트럼프의 대통령직이 그동안에도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왔지만, 이제는 풍랑이 몰아치는 물 위로 나가게 됐다”고 예상했다.

WP는 코미의 증언이 트럼프의 대통령직을 끊임없이 괴롭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USA투데이는 코미의 증언에 ‘극적인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평가한 뒤 플린 수사에 대한 ‘외압’(press) 부분이 큰 문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BBC 방송도 미국인들이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코미 전 국장의 증언을 더 신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법적 문제와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5개월 만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그동안 ‘코미 메모’가 ‘거짓’이라고 주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겐 정치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론도 트럼프에 부정적이다. ABC방송과 WP가 지난 2~4일 성인 527명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보호를 위해’ 코미를 해임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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