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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예비교사, 합격 후 임용까지 2~3년은 기본…임용되도 ‘깍두기’
-미발령 상태 초ㆍ중등 예비교사 4400여명
-1000명 넘는 서울은 99.4%가 초등…전국 초등이 89.3%
-교육당국 명퇴자ㆍ교사정원 예측 실패도 한 요인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1. 지난 2015년 초등 교원 임용시험에 합격한 김모(23ㆍ여) 씨는 최근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다. 합격 이후 발령이 지난 2년간 차일피일 미뤄져왔고, 내년 3월이면 임용후보자 명부 유효기간인 3년이 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내년 3월 임용도 장담할 수 없다는 주변 이야기가 들려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이다. 김 씨는 “1년 먼저 임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법적 조치 등의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뒤에야 3년을 꽉 채우고 임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집에서 경제적인 도움을 받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엔 기간제 교사를 하거나 심지어 중소기업 등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임용만을 기다려왔는데, 불확실한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답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2. 대구 소재 한 초등학교 교장 A 씨는 지난 한 학기동안 올해 3월 신규 임용된 교사를 두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 3년이란 합격 유효기간 만료가 임박한 예비교사들을 임용해 학교별로 내려보냈지만, 정작 학교에선 해당 교사들에게 맡길 일이 마땅치 않아 업무분장 당시 초임교사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업무를 배정했다. 이는 A 씨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학교들도 다 같이 공감하고 있는 고민이다. A 씨는 “관리자 입장에선 원활한 업무 진행을 위해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에게 업무를 맡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제대로 된 업무를 맡지 못한 채 소위 ‘깍두기’ 느낌을 받는 초임 교사들과 상대적으로 과한 업무를 부여받는다는 생각이 드는 기존 교사들의 불만을 모두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오는 9월과 내년 3월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고민이 된다”고 하소연했다.


안정적인 교원 수요예측과 정원 관리에 실패한 교육 당국 탓에 임용시험에 합격하고도 마음을 졸이며 임용을 기다리는 예비교사들은 물론이고 학교 현장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8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기준 전국 초ㆍ중등 미발령 상태인 예비교사의 수가 4399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을 살펴보더라도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모두 많은 수의 예비교사들이 발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1015명의 예비교사들이 발령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고, 그 뒤를 경기(978명), 전북(319명) 등이 이었다.

전국적으로 발령대기자의 89.3%는 초등교사였다. 지역별로 봤을 때 서울(99.4%)과 부산(99.3%)의 경우 발령받지 못한 예비교사의 대부분이 초등에 몰려있었고, 제주가 97.6%로 그 뒤를 이었다. 중등에 비해 기간제 채용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교과목 제한이 없어 6개월 이상 휴직자가 있으면 정규 교원을 채용하다보니 신규 교원도 실제 수요보다 넉넉하게 뽑아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요인엔 명예퇴직자의 급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교육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2014년 국회에서 연금 수령액을 감소시키는 공무원 연금개혁 논의가 시작되자 기존 교사들이 대거 명퇴했지만, 연금액 감소폭이 적은 개혁안이 확정되자 정년퇴직이 유리하다는 판단하에 지난해부터 명퇴자가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가 출산율 하락에 따른 학생수 감소에 비례해 교사 정원까지 줄이며 신규 교원들의 임용 문제는 해가 갈 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별로 임용 합격자 정원을 줄이는 등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적체상황을 해소해야하는 상황과 맞물리며 역부족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형편이다. 한 시ㆍ도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각 시ㆍ도교육청 단위에서 5년치 명퇴자와 휴ㆍ복직자 수를 분석해 신규교사 수요예측을 정확하게 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급작스레 발생하는 외부 요인의 영향까지 고려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소연했다.

신규 교사를 받아들이는 학교 현장 역시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 교장 B 씨는 “이론적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데 신규 교사를 활용하자고 하지만, 지금도 교실수가 부족한 대규모 학교들의 경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과목별 전문 교사로 활용하기에도 기존 전문 강사들과의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시ㆍ도교육청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2학기 중으로 예비교사 3000여명을 추가 임용할 것으로 보고했다”며 “중등 미발령 교사들에 대한 발령을 2학기 중으로 마무리하고, 초등의 경우에도 최대한 발령을 많이 냄으로써 내년으로 넘기는 인원을 1000~1500명 정도로 줄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1만5900명의 교사를 추가로 뽑겠다는 조치까지 더해져 적체가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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