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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군 9명 중 1명 “최근 1년내 성희롱 당한 경험 있다”
인권위, 860명 인권실태조사

최근 직속상관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군 대위가 자살한 것을 계기로 국가인권위원회가 군대 내 여군에 대한 각종 성폭력 등의 인권 침해 상황에 대해 직권 조사를 실시키로 했다. 여군 9명 중 1명은 지난 1년 중 성희롱을 경험했지만 보복 등이 무서워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12년 실시한 ‘여군 인권상황 실태조사’에는 국방의 의무를 자발적으로 선택해 수행하고 있는 여군들이 부당하게 겪고 있는 성적 차별과 상관 등에 의해 자행되는 성범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장교와 부사관 등 여군 8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설문 조사 결과 전체 11.9%가 “지난 1년 중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여군 9명 중 1명은 성희롱에 노출됐다는 얘기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많은 여군들이 성희롱 등 성군기 사건을 경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41.3%의 응답자가 “주위의 다른 사람이 성희롱을 당하는 것을 보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여군들이 가장 많이 겪은 성 관련 규정위반은 의도적인 신체 접촉이었다. 어깨를 두드리거나 동의없이 손을 만지는 등 신체 접촉을 겪은 여군이 전체의 24.6%였고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를 만지거나 강제로 껴안고 회식자리에서 블루스를 출 것을 강요하는 것을 경험한 경우도 3.1%나 됐다.

그 다음으로 자주 겪는 성희롱은 성적 농담이나 성차별적 발언이었다. 20.2%의 여군이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품평 등을 들은 바 있었고 16.9%는 “섹시하다” 등 가벼운 수위의 성적 농담을 겪었다. 면전에서 음담패설을 하는 것을 들어야 했던 경우도 8.4%에 달했다. 그외에 성적인 컨텐츠를 보여주거나 회식이나 술자리에에서 남자 군인 옆에 앉아 술을 따르게 강요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성희롱을 당한 여군들 중 상당수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38.2%는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고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성희롱을 저지르는 상대방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시하는데서 그친 경우가 전체의 35.7%였다. 부대 내에서 비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거나 가족과 친지 등에게만 알린 경우도 있었다. 여성고충상담관을 찾아가거나 군 사법당국에 신고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실제로 군법무관실이나 병영생활 전문 상담관, 소원수리 제도 등 군대 내 고충 처리제도를 이용한 경우는 10%도 채 되지 않았다. 34%의 여군은 성 규정 위반을 포함한 군대 내 차별 문제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도 변화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그냥 참고 견디겠다”고 답했다. 부당한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응하는 여군에게 인사조치 등으로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국가보훈처장이 된 피우진 예비역 중령이 현역시절 상관들이 여군을 술자리에 불러내자 저항 끝에 전투복을 입혀 보냈다가 보직해임을 당한 일화는 유명하다.
원호연 기자/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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