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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외교안보 인선지연의 단면
청와대는 1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 방미 길에 오른다고 밝혔다. 외교장관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아 정 실장이 대신 업무조율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안보 인사가 늦어지면서 ‘외교공백’의 악몽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1일부터 제주에서 열린 제12회 제주포럼에는 80개국 5500여 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참석하기로 했던 윤병세 외교장관과 안총기 전 외교부 2차관,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불참하게 됐다.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늦어지거나 꼬이면서 줄줄이 일정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전날 청와대의 차관인사 발표로 ‘아시아의 미래비전 공유’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주재하기로 했던 안 전 2차관과 대북정책 관련 토론예정이었던 천 차관은 이임ㆍ임명식을 위해 일정을 취소했다.

제주포럼은 민간행사이기 때문에 장ㆍ차관이 꼭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교정책을 논의하거나 해온 해외 주요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외교인사들의 갑작스런 일정취소는 외교인사 지연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외국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제주포럼에서 만난 한 일본 외교전문가는 “한국이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며 “당장 ‘사드 보고누락’ 파문으로 국방부의 물갈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시아 주요 국방인사들이 주요 국방정책을 한민구 국방장관과 논의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한 외교전문가도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주변국의 불안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정상회담을 추진하거나 외교안보라인 인선을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라인 인사가 늦어지면서 전 정부 국무위원들이 한미정상회담 등 주요 정책논의에 지속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포럼에서 만난 또다른 미국 인사는 “인선이 늦어지면 한미정상회담에 전 정부 외교장관이 참석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당장 바뀔지도 모르는 인사와 정책을 논의하고 싶은 상대방은 없다. 그것만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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