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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흡연·황사·미세먼지…숨 못쉬는‘콜록콜록 대한민국’
만성 폐쇄성 폐질환 2015년에만 23만명
봄철 환자 많고 여름엔 상대적으로 적어
환자 80%가 60대 이상 …남성 70% 차지
“흡연·노령 주원인…금연이 최선 예방법”


“이주일 씨가 나온 광고도 봤죠. 그때 담배를 끊었더라면….”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 허태원(65) 씨는 군대에서 호기심으로 담배를 배운 뒤 40년간 하루 한 갑에서 한 갑 반씩 흡연했다. 기침과 가래가 심해졌지만, 시골 병원에서 천식이라는 진단만 받았다. 2014년 한 방송사의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폐 기능 검사를 받았다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이후 담배를 끊었지만 숨이 차 계단에 오를 수도, 평지에서도 50m 이상을 걸을 수도 없다. 외출할 때에는 기관지 확장제, 휴대용 산소를 갖고 다닌다. 허 씨는 “다른 분들은 나 같은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증언형 금연 광고에 출연했다.

유해 물질에 장기간 노출돼 폐 기능이 저하되는 퇴행성 질환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환자는 사계절 중 봄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의 주 원인인 흡연 외에도 봄에 많이 발생하는 황사, 미세먼지 영향 탓으로 분석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심해지면 회복이 어렵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 정도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조기에 발견해 관리해야 하며 흡연자는 금연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보건당국은 조언했다.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부터 TV, 라디오 등을 통해 방송되는 증언형 금연 광고 포스터. 이 광고에 출연한 출연한 허태원 씨는 40년간 담배를 피운 끝에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가 됐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흡연 기간이 길어지는 60대 이상 노령 환자 80% =‘세계 금연의 날’인 3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3~2015년) 만성 폐쇄성 폐질환 평균 진료 인원68만5716명 중 봄(3~5월)에 병원을 찾은 환자는 26.7%(18만3284명)으로 다른 계절보다 많았다. 여름(6~8월)의 경우 23.2%(15만8979명)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특히 3년간 평균 월별 진료인원을 분석한 결과 3월에 6만3718명으로 가장 많았고 4월(6만1707명), 1월(6만430명) 등의 순이었다. 3월의 평균 진료 인원은 가장 낮은 8월(5만1755명)보다 23.1%(1만1963명) 많았다.

이에 대해 한창훈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한창훈 교수는 “해당 질환자의 호흡기 증상의 악화로 인해 진료 인원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주위 환경의 오염 물질 등에 의해서 초래된다”며 “봄철은 건조하고 기온 차가 커서 인체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고 외부 활동이 많아져 전염성 질환에 노출되기 쉽다. 특히 자주 발생하는 황사와 미세먼지로 대기 오염이 증가되는 것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만성 폐쇄성 폐질환으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사람은 23만2000명이었다. 연령대별 진료 인원을 보면 전체 환자 중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이 80.2%였다. 전체 환자 중 70대가 35.0%(8만1000명)로 가장 많았고 ▷60대 25.0%(5만8000명) ▷80세 이상 20.2%(4만6000명) ▷50대 12.1%(2만8000명) ▷40대 3.9%(9000명) 순이었다.

이에 대해 한 교수는 “나이가 많을수록 흡연 기간이 길어지는 등 위험 요인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져,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40세 이상, 특히 60대 이상 노인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라며 “또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나이가 많을수록 질환이 심해져, 고 연령대에서 진료를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성별 환자 비율은 남성이 70.1%(16만2천명)로 여성의 2.3배였다.

2011년과 2015년의 만성 폐쇄성 폐질환 진료 현황을 비교하면 전체 환자 수는 2011년 25만9000명에서 2015년 23만2000명으로 10.7% 감소했다. 그러나 고령층에서는 환자 감소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70대에서는 이 기간 환자가 7.1% 감소하는 데 그쳤고, 80세 이상에서는 무려 1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 질환의 총 진료비는 1473억원에서 1737억원으로 17.9% 늘었고,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6만6000원에서 74만8000원으로 32.0% 증가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자, 미세먼지ㆍ황사 발생 시 야외 활동 금물” =만성 폐쇄성 폐질환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흡연이다. 직업적으로 분진, 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실내외 대기 오염, 호흡기 감염 등에 의해서도 생실 슈 있다.

한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증상은 만성적인 호흡곤란, 기침, 가래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호흡곤란으로 움직일 때 악화된다”며 “첫 증상은 지속되는 기침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숨 쉴 때 쌕쌕거리는 소리가 나기도 하고 흉부 압박감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천식 등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질환이 진행해 중증이 되면 피로, 체중 감소, 식욕 부진이 나타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최선책은 바로 금연이다. 한 교수는 “금연은 폐 기능 감소를 늦출 수 있다”며 “폐 기능 감소를 유발 하는 위험요인 제거를 위해 작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먼지, 연기, 가스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도록 하고 바이오매스 연기 등으로 인한 실내공기 오염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야외 공기오염은 질환을 급성으로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미세먼지나 황사 등이 심할 경우에는 가급적 야외 활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며 “급성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폐렴구균ㆍ독감 예방접종을 하고 약물 투여를 받는다면 중간에 멈춰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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