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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공연한 이야기] 패션거장서 광고감독까지…경계 사라진 공연예술 확장
‘융합’이라는 단어가 사회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들려온다. 여러 분야에서 구분 지어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공연계 역시 마찬가지. 다른 영역의 전문가와 힘을 모아 무대를 준비하면서 장르의 벽을 허물고 공연예술의 범주도 늘리고 있다. 유명 패션디자이너 정구호가 오페라 분야에 뛰어들어 협업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구호는 지난 2012년 국립발레단 ‘포이즈’의 연출을 맡은데 이어, 국립무용단의 ‘단’, ‘묵향’, ‘향연’의 지휘봉을 잡으며 공연 연출가로의 입지를 다져왔다. 이를 눈여겨봐 온 국립오페라단은 오는 8월 25~26일 서울 올림픽공원 88 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의 연출을 정구호에게 맡겼다.


‘동백꽃 아가씨’는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오페라단이 예산 25억원을 투입해 제작하는 대작이다. 정구호는 이번 무대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배경이 된 18세기 프랑스 귀족문화를 같은 시기 조선 정조 시대의 양반문화로 재해석해 한국적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전공자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오페라에 도전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주로 연극, 뮤지컬, 창극을 오가며 활동을 펼쳐온 고선웅 연출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에 연출로 참여하며 첫 오페라 도전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지난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인 무악오페라단의 ‘토스카’는 광고계 스타 감독 채은석이 연출을 맡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채은석은 지난 4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처럼 오페라를 잘 모르는 관객들도 쉽게 즐길 수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내 관객 및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김관동 무악오페라 예술감독 역시 “채은석의 객관성과 무대, 영상에 관한 소프트웨어를 기대한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비전문가의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오페라는 음악이 중심이 되는 장르인데, 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시각적 측면에만 신경 쓰면 오히려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우려를 의식해 음악에 더 집중한 것일까. 5월 베일을 벗은 채은석의 ‘토스카’는 연기 디테일을 살려 극의 이해를 돕고 노래 역시 좋았다는 평을 받았지만, 넓은 무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첫 시도부터 모든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 도전해야만 발전할 수 있다. 그동안 한국 공연계는 장르간 교류가 적고 각각의 시장이 분리돼 있었다. 특히 오페라의 경우 1970년대 이후에는 대체로 전공자 출신의 오페라 전문 연출가들만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는 장르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만큼, 다른 장르 연출가의 도전도 응원의 마음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뉴스컬처=허다민 기자/heo@newsculture.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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