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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를 표현하는 옷깃 위 예술…단추 속 상상초월 이야기가…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 展
국립중앙박물관서 8월 15일까지
18~20세기 佛복식 변천사 한눈에

소재·방식 등 사회 변화의 반증
“단추의 변천사는 사회의 부산물”


남성들이 수트 상의의 맨 아래 단추를 열어 놓는 건 영국의 왕 에드워드 7세(1841~1910)와 연관이 있다는 설이 있다. 왕자였던 당시 푸짐한 식사후 단추를 끄르는 여유와 자유를 누린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이후 신사복에서 조끼나 양복 상의의 마지막 단추를 풀어놓는 건 일종의 ‘에티켓’이자 ‘우아함의 법칙’이 돼 버렸다.

그런가하면 1894년 전세계 역사를 뒤흔든 ‘드레퓌스 사건’에도 단추가 등장한다. 첩자 누명을 쓴 유태인 장교 드레퓌스에게 가장 먼저 내려진 선고는 단추와 계급장을 뜯어내는 일이었다. 강제로 단추를 떼는 일은 당시 인격을 모독하는 행위로, 치욕적 형벌로 꼽혔다.

이렇듯 옷감을 여미는 장치인 단추엔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가 숨어있다. 단추를 통해 근현대 유럽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영훈)은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과 함께 ‘프랑스 근현대 복식, 단추로 풀다’전을 개최한다. 전시에는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단추를 바롯한 의복, 회화, 판화, 서적, 사진, 공예품 등 1800점이 선보인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단추에는 당시의 풍습, 개인의 감정, 혁명 등 사회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새로운 관점에서 역사와 문화, 개인과 사회를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단추가 복식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18세기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변천사를 다룬다. 프랑스 궁정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금실, 비단, 보석단추 등 화려하기 그지없는 단추부터 프랑스 혁명사상을 전달하는 일종의 홍보 도구로 사용된 세밀화 단추까지 단추의 소재와 형태, 문양, 제작기술은 그 한계가 없다. 광물, 식물, 곤충 등을 넣은 박물학 단추는 ‘뷔퐁’단추로 불리며 단추의 소재에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단추에선 산업혁명도 읽을 수 있다. 하나 하나 장인의 손에서 탄생했던 단추는 19세기 산업혁명을 거치며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됐다. 다양한 단추 사이즈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만든 단추 견본판은 이미 이를 제작하기 위한 기계적 설비가 마련됐으며 이로인한 소비문화의 변화가 일어났음을 반증한다.

여성의 옷에 달린 단추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여성의 의복에 단추가 등장한건 18세기 후반부터인데, 그것도 등에 달려 혼자서는 옷을 입지도 벗지도 못하는 형태였다. 19세기에 들어 단추의 위치가 앞으로 이동하며 스스로 입고 벗을 수 있게 됐다. 이후 1910년대에 들어서며 폴 푸아레(1879~1994)와 같은 전위적 디자이너들이 ‘여성의 신체를 해방하는’ 옷을 지향하면서 단추는 옷의 디자인과 의상 배합에서 독립된 디자인적 역할을 하게 된다.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단추가 실용성을 넘어선 패션 아이템으로 등장한 것이다. 달리와 협업하며 1930년대 패션에서 초현실주의를 이끌었던 엘자 스키아파렐리는 갈비뼈모양의 단추를 활용하거나 랍스터를 드레스에 수 놓는 등 일상을 유쾌하게 만드는 디자이너로 꼽힌다. 이번 전시에는 스키아파렐리의 나비단추를 만날 수 있다.

패션큐레이터 김홍기씨는 “서양복식사에서 단추는 그 소재와 방식의 다양성으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오늘날 남성들이 자신의 취향을 차나 시계로 드러내듯 당시엔 자신의 직위와 취향을 가장 정확하게 식별해 줄 수 있는 장치였다”며 “단추의 변천사는 복식의 변천사이자 사회의 부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전시에 나온 단추는 모두 한 개인의 소장품이다. 단추 수집가 로익 알리오의 컬렉션으로 2011년 프랑스 국립문화재위원회에 의해 중요문화자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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