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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환자 인권 보호” vs “퇴원 대란”
-복지부, 30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인권보호 장치 강화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해소 위해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강제 입원율은 60%로 높아
-의료계 “정신질환자들의 퇴원 대란 우려”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시작 전부터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개정된 법안이지만 의료계에서는 자칫 입원한 환자들의 퇴원 대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을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된 법은 20년 만의 개정으로 환자의 인권보호 장치 강화와 정신질환자에 대한 차별해소를 위해 마련됐다.

[사진제공=보건복지부]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율은 61%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주요 유럽국가들의 10%보다 훨씬 높다. 특히 재산 다툼이나 가족 간 갈등으로 인해 정상인이거나 경증의 환자도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로 입원됐던 악용 사례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실제 지난 해 헌법재판소는 정신보건법을 악용한 사건을 계기로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번 개정된 법에 따르면 강제입원을 위해선 소속이 다른 전문의 2명의 소견이 필요하다. 또 입원적합성심사제도가 신설돼 정신보건시설은 3일 이내 입원사실을 신고하고 입원일 1개월 내에 입원적합여부를 판단해야 장기 입원이 가능하다.

하지만 의료계의 우려는 적지 않다. 법 시행으로 정신질환자들의 대거 퇴원이 예상되는데 이들을 수용할 시설 등 사회적인 여긴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법 시행으로 6000명 이상이 동시에 퇴원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데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나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보호자들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준비는 덜 된 상태”라며 “오히려 갈 곳을 구하지 못한 환자들은 홈리스가 되거나 범죄자가 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정신질환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데 퇴원을 하게 되면 관리가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법 시행 이전 재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복지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며 30일부터 TV, SNS 등을 통해 대국민 홍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이번 법 개정이 환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에는 공감을 받고 있지만 그 과정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최 교수는 “지난 해 이 법 개정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복지부는 관련 전문가들에게 통보도 없이 갑작스럽게 법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미국은 퇴원 환자들을 위한 보호 시설을 마련했음에도 부작용이 발생한 것으로 아는데 이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법을 시행하게 되면 보다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역시 성명서를 통해 “인권보호라는 이름으로 강제입원 요건을 강화했지만 퇴원 후 치료와 케어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자의 인권 보호라는 가치와 자칫 무리한 법 시행으로 현재보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립하는 가운데 정신건강복지법은 쉽지 않은 출발을 하게 됐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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