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체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관심이 인사 청문회로 쏠리는 가운데, 유시민 작가가 과거 2006년 보건복지부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 청문회를 받을때 도종환 내정자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을 낭송해 눈길을 끈다.
당시 유시민 내정자는 인사 청문회를 마치며 “청문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더 많은 부족한 점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도종환 내정자의 시로 대신했다.
청문회 기간 내내 튀지 않기 위해 애쓴 유시민 내정자는 청문회를 마치며 ‘작은 도발’을 시도한 것이다.
유시민 내정자는 11년 전 도종환 내정자의 시를 읽고 인사 청문회를 통과했다. 도종환 내정자는 11년 후 유시민 내정자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인사 청문회를 앞둔 도종환 내정자에게 자신의 시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시 전문을 소개한다.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가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min365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