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문재인 시대’에 호출된 盧·李·朴
‘문재인 시대’에 다시 호출된 과거는 이토록 달랐다. 지난 23일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그리고 보수 정부 9년에서 정권교체 후, 처음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서거 8주기)이었다. 문 대통령은 추모사에서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되었다”며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자신의 ‘친구’이자 ‘정치적 동지’였던 노 전 대통령을 ‘현재’로 불러냈다.

같은날,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고인의 자격으로 수갑을 찬 채 법정에 섰다. 삼성 등 대기업에서 총 592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ㆍ약속한 혐의로 첫 정식재판을 받았다. 구속 53일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이 입은 사복 왼쪽 가슴에는 수용자 번호 503호 배치가 달려 있었다.

이에 앞서 22일 문 대통령은 4대강 사업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 당장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제17대 대통령비서실 명의로 “정부는 감사와 재판, 평가가 끝난 전전(前前) 정부의 정책사업을 또다시 들춰 정치적 시빗거리를 만들기보다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후속사업을 완결해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ㆍ이ㆍ박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의 얽히고 설킨 인연 ‘15년’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끌던 한나라당은 대통령 탄핵을 주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고, 정작 본인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물러난 최고지도자가 됐다.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에서 검찰수사를 받던 중 서거했다. ‘노무현의 친구’ 문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에 대선패배 후 두차례 도전만에 최고 통치권자가 됐다.

그리고 문재인 시대, ‘노무현’은 시민의 힘으로 되살아난 시대정신으로 명명됐고, 이명박 정부의 ‘4대강사업’은 감사대상이 됐으며, 박 전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형사법정에 올려졌다. 전ㆍ현 대통령의 뒤바뀐 운명과 역사의 엇갈린 명암이 드러나는 데는 단 하루면 충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까지, 지난 20년 전체를 성찰하며 성공의 길로 나아갈 것”이라고 했다. suk@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