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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수사권 이관 핵심…‘돈봉투 만찬’이 분수령 될 듯
警 “공수처로는 부족…수사권도”
檢 “경찰권력 비대화 우려” 반대
‘돈봉투 만찬’ 동시수사로 충돌
국회 여론조사 “경찰에 이관” 68%


수사권과 더불어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을 쥐고 있는 검찰은 그동안 경찰과 수사권 이관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수사권을 사수하려는 검찰의 의지가 워낙 강한 탓에 경찰의 노력은 매번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최근 문재인 정부가 검찰개혁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검찰 간부들의 ‘돈봉투 만찬’ 사건까지 터지면서 여느 때보다 경찰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이다.


국회가 올 2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살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검찰은 기소권만 갖고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야 한다’는 의견이 67.6%에 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1차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기소권과 함께 공소유지를 위한 2차적ㆍ보충적 수사권만 갖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검ㆍ경 수사권 조정을 주장해온 소장파 법학자 조국 서울대 교수를 청와대 민정수석에 앉히면서 검찰을 향한 개혁 드라이브는 가속화되고 있다.

수사구조 개혁 문제를 다루는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검찰개혁 방안 중 가장 많이 언급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만 될까봐 걱정이다. 검찰의 수사권ㆍ기소권 분리도 반드시 함께 이뤄져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찰’이 하는 방식을 통해 양 기관이 상호 견제하는 구조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검찰에 제기된 전ㆍ현직 검사 비리에 대한 봐주기 수사나 표적수사, 정치검찰 문제 등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기능을 폐지하는 것은 ‘경찰 수사독점’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이 정보권에 수사권까지 가져 권력이 비대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이미 공수처 설치 논의만으로도 내부 분위기는 뒤숭숭하다”며 “공수처가 설치되면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공수처에 떼어주게 되는데 경찰에까지 수사권이 넘겨지면 그야말로 검찰은 존립 근거를 위협받는 셈”이라고 했다.

검찰은 또 수사지휘를 통해 경찰 수사의 오류를 시정하는 사례가 여전히 많은 만큼 경찰 수사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반면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청구권과 기소권을 계속 갖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경찰 수사는 견제를 받는다”며 “(수사권 조정이 돼도) 경찰이 모든 수사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테면 강력 범죄나 화이트 칼라 범죄는 검찰과 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결국 향후 수사권 조정 논의는 검찰의 권한을 얼마나 경찰에 넘겨주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경찰의 수사권 남용 방지를 위해 검찰의 경찰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경찰비리나 복잡한 경제사건 등 예외적인 경우엔 검찰이 직접 수사하도록 문을 열어놔 경찰 수사를 견제하고 동시에 보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검찰은 관할 고등검사장의 승인을 받아야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수사 개시부터 종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검사는 공소유지를 위한 보완수사만 경찰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직접 수사도 경찰비리에만 한정했다.

또 검사가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을 경우 경찰이 법원에 이의신청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등 검찰을 견제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작년부터 이어진 전ㆍ현직 검사들의 비리와 그에 대한 축소수사 논란으로 수사권 이관을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찰은 최근 법무부와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이른바 ‘돈봉투 만찬’ 관련 고발 사건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하며 수사 의지를 드러냈다. 동시에 검찰도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를 담당부서로 지정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한 사건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동시에 수사를 벌이는 모양새를 띠면서 벌써부터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게도 이번 사건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문제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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