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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장 방불’ 인산인해 이룬 朴 전 대통령 첫 재판 방청권 추첨장
[헤럴드경제=고도예ㆍ이유정 기자] “응모 시작하겠습니다”

법원 직원 한 마디에 법정 앞에 도열한 시민들의 눈길이 한데 모였다. 법원 직원들은 신분증을 확인하고 용지 두 장을 나눠줬다. 시민들은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줄지어 추첨장인 법정으로 들어갔다. 19일 오전 9시45분 박근혜(65) 전 대통령의 첫 재판 방청권 추첨이 진행되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3별관 1호 법정의 풍경이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시민 80여 명이 방청권을 추첨했다. 법정 밖 복도에는 200여 명 남짓한 시민들이 추첨순서를 기다렸다. 시민들에게 할당된 좌석은 총 68석.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열리는 대법정 방청석 150석 가운데 82석을 사건 관련자와 취재진, 경호인력 몫으로 남기고 나머지 68석을 일반 방청객에게 배정했다. 공정한 추첨을 위해 경찰 관계자가 추첨 전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추첨을 30여 분 앞둔 오전 9시 30분께 부터 법정 앞 복도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추첨을 위해 전라남도 신안에서 올라왔다는 최운(74) 씨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추첨장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고 했다. 최 씨는 “방청권 추첨에 참여하기 위해 어제 부랴부랴 전남 신안에서 서울의 자녀 집에 올라왔다”며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 너무 보고싶다”고 했다. 200여명 시민이 최 씨 뒤에 줄지어 서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추천으로 방청 신청을 하게 됐다는 김해찬(19ㆍ여) 씨는 추첨장소를 가득 메운 인파를 보며 “사람들이 콘서트보다 더 많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오랜 기다림에 지친 듯 복도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기다리는 시민들도 열댓 명 있었다.

추첨에 참여한 시민들은 10대 중ㆍ고등학생부터 70대 노인까지 연령과 성향이 다양했다. 


추첨장을 찾은 박수진(24ㆍ여), 박혁진(25) 남매는 “저희 세대가 겪은 ‘큰 일’인 만큼 직접 보고 기록하고 싶어 재판을 찾았다“며 “(시민들이) 주말이면 모여 촛불집회를 하고 결국 전직 대통령이 재판까지 서는 것을 보면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법대로, 놓치는 것 없이, 합당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기대한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김모(65) 씨는 “20여 차례 광화문 집회에 나가면서 약한 개개인이 뭉쳐 나라를 바꾸는 무혈혁명을 체험했다”며 “집회에 이어 박 전 대통령 재판의 결과를 똑똑히 눈으로 지켜보려고 왔다“고 했다. 서울 목동에 거주하는 주부 박모(55) 씨는 “그간 태극기 집회에 모두 참여했다”며 “박 전 대통령이 혼자 당한게 너무 억울해서 직접 재판을 보러왔다”고 열변을 토했다.

시민들은 즉석에서 방청권 당첨 여부를 알 수 있었다. 추첨장 전면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당첨 번호가 공지됐다. 당첨 여부에 따라 시민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이날 방청권을 얻은 시민들은 오는 23일 열리는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 씨, 신동빈(62) 롯데그룹 회장의 첫 공식 재판을 방청하게 된다.

yea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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